“식자재시장 채소 90% 외국산”

2025-04-20

주요 식자재업체에서 취급하는 일부 채소류시장이 외국산으로 대거 돌아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국산 농산물 판로가 좁아지면서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이 제기된다.

무·양배추·대파·양파…“식자재 유통시장선 90%가 외국산”=기업·병원에 단체급식을 제공하는 식자재업체에 국산 농산물을 공급해온 유통인 A씨. 최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거래처들이 지난해 여름부터 올봄까지 1년 가까이 외국산 채소류를 쓰고 있다”면서 “이렇게 장기간 외국산만 취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식자재업체는 국산 농산물값이 급등하는 시기에 1개월 정도 외국산 납품 코드를 열어둔다. 납품 코드 개방은 해당 식자재업체에 농산물을 공급하겠다는 신청을 받는 것을 뜻한다. 식자재업체는 수입 농산물을 취급하다 국산 농산물 가격이 안정되면 납품 코드를 다시 닫는 게 그간 관행이었다. 그런데 지난해와 올해엔 외국산 납품 코드를 1년 가까이 열어두고 계속해 외국산을 공급받는다는 게 A씨의 얘기다. A씨는 “특히 채소류 가운데 무·양배추·대파·양파는 식자재업계 취급량의 90%가 외국산으로 대체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값 저렴하고 구하기도 쉬워”…외국산 소비 고착화되면 국내 생산위축 명약관화=이같은 업계 동향은 수입량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들어 3월까지 외국산 양배추는 1만9990t이 수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489t)과 견줘 13배 폭증했다. 같은 기간 무는 8598t, 양파는 4만2678t이 수입됐다. 각각 전년 동기보다 213.5%, 194.1% 늘었다. 이들 품목은 식자재업체가 특히 많이 쓰는 채소라는 공통점이 있다.

외국산 채소에 대한 식자재업체 의 수요 증대 원인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있다. 18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국산 양배추 상품은 8㎏들이 한망당 1만3276원에 거래됐다. 1㎏로 환산하면 1660원이다. 같은 날 수입 양배추 가격은 15㎏들이 상품 한상자당 9043원이다. 1㎏ 기준 603원으로 국산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국산 배추 도매가격은 지난해 9월 가락시장 기준 10㎏들이 상품 한망당 2만5186원을 찍었다. 2023년 9월 평균(1만3105원)과 비교해 92.2% 높았다. 무는 20㎏들이 상품 한상자당 지난해 8월 이후 2만원대를 이어오다 올 2월 2만8960원으로 치솟았다. 두 품목 모두 여름 이상고온으로 작황이 좋지 못했다.

정부의 수입 장려 정책도 업계 소비 확대를 부추겼다. 올 1월 무·배추·양배추에 적용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을 4월말까지 연장했고 국내 반입된 중국산 신선무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직접 구매했다. 유통인 B씨는 “외국산 취급이 고착화돼 국산 판로가 사라지면 산지 생산기반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효상 기자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