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부터 28일까지(전시회는 29일) 세계 AI 대회(WAIC)가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 약 100개의 제품이 ‘전 세계 최초’ 혹은 ‘중국 최초’로 공개됐고, 약 3000개의 첨단 기술 및 제품이 전시됐다.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 AI 글라스, 대형 언어 모델들을 선보이며 기술 굴기를 과시했다.
빅테크 기업 최신 기술 잇따라 선보여
중국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이번 WAIC 기간 중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자사의 신제품을 발표했다. 우선 알리바바(阿里巴巴)는 AI 글라스 ‘쿼크(Quark)’를 공개했다. 쿼크는 알리바바 AI 기술과 생태계의 복합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착용한 채 알리페이(支付寶) 결제, 가오더 맵(高德地圖, 고덕 지도)의 내비게이션 안내 등 기능을 활용할 수 있으며, 향후 헬스, 오피스 등 보다 다양한 기능을 도입할 전망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오픈소스로 공개했던 대형 언어 모델 3종도 이번 대회에서 선보였다. 알리 클라우드 관계자는 7월 28일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사의 대형 언어 모델 3종이 Claude4, GPT4.1, Gemini2.5 pro 등 모델의 성능에 비견할만하다고 밝혔다.
징둥(京東, JD닷컴)은 이번 대회 개막 당일 “대형 언어 모델 ‘옌시(言犀)’를 ‘JoyAI’로 전면 업그레이드했다”고 밝혔다. 징둥그룹 고급 부총재(高級副總裁) 허샤오둥(何晓冬)은 “내부 테스트 결과, 세계 1군 수준에 진입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화웨이(華為)는 AI 컴퓨팅 시스템 클라우드 매트릭스384(CloudMatrix 384)를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GB200 NVL72를 겨냥한 제품으로, 최신 어센드(Ascend) 910C 칩 384개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휴머노이드 로봇의 향연
한편, 이번 대회에서는 각종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등장해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 대표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 Robotics)는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세워 복싱 경기 및 격투 장면을 시연했다. 특히 유니트리 G1의 보급형으로 선보인 R1은 펀치, 발차기, 물구나무 서기 등 역동적인 동작으로 이목을 끌었다. R1은 저가형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약 3만 9900위안(약 770만원)에 출시돼 높은 가성비를 자랑한다.

에지봇(AgiBot)은 이번 대회에서 위안정(Yuanzheng) A2를 비롯해 150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출품했다. 에지봇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실생활에 근접한 상호작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늘귀에 실을 꿰는 등 섬세한 동작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번 WAIC에서 PND보틱스(PNDbotics)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담(Adam)을 발표했다. 아담은 신장 약 167cm, 체중 약 60kg으로 성인에 해당하는 체격을 갖추고 있다. 생체역학에 기반한 설계 덕분에 관절 움직임이 유연하며 움직임이 안정적인 편이다. 아담은 앞서 지난 7월 12일 중국 창춘(長春)에서 열린 보야지엑스(VOYAGEX) 뮤직 페스티벌에서 전자 키보드를 어깨에 메고 무대에 올라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PNDbotics 유튜브 채널 링크: 휴머노이드 로봇 아담 연주 영상
AI 자신감 방출, ‘차이나 스탠다드’ 노려
중국 리창(李强) 총리는 이번 대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AI 자원과 역량이 소수 국가와 기업에 집중돼 있다”며, 각국의 협력을 통한 AI 글로벌 거버넌스 규범 확립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세계 AI 대회는 중국이 세계 AI 기준을 선도하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라고 풀이했다.

차이나 텔레콤(中國電信) 수석 과학자 겸 미국 벨연구소(AT&T Bell Labs) 소속 비치(畢奇)는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AI 기업의 오픈소스 전략에 대해 강조했다. 현재 대다수 미국 AI 기업들이 폐쇄적인 전략을 취하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전략적으로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AI 업계에서 중국 기업은 여전히 추격자에 해당하지만, 상용화와 시장 규모 측면에서 미국 선도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세계적인 관심이 높았던 만큼 폐막식에서 주요 프로젝트 계약이 잇따라 체결됐다. 런민왕(人民網) 보도에 따르면,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체화 지능(Embodied Intelligence), 로봇 등 분야에서 총 31건의 프로젝트 계약이 체결됐고, 총 투자금액은 150억 위안(약 2조9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홍성현 차이나랩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