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새 역사 쓴 유한양행···넥스트 과제는

2024-10-30

유한양행이 신약개발 성공신화로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31일 한국ESG기준원(KCGS)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올해 ESG평가에서 통합 A등급을 받았다.

ESG등급은 S(탁월)부터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등 7개 등급으로 분류하는데, 평가를 시작한 이래 S등급을 부여한 사례는 전무해 현재까지 최고 등급은 A+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1년 B+를 받은 이후 체제 개선에 성공해 이듬해부터 A등급을 받았다. 특히 회사는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라는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창업정신을 계승해 사회 부문에서 매년 우수한 성적을 받고 있다.

'무상 공급·다국적 임상' 치료 기회 확대에 기여

올해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과 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를 통한 의약품 접근성 향상 노력으로 사회 부문에서 A+를 받았다.

회사가 개발한 EGRF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치료제 '렉라자'는 2021년 국내에서 2차 치료제로 허가받고 지난해 1차 치료제 허가를 추가로 받아 약물치료 전력이 없는 암 환자에게 가장 먼저 처방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항암제는 환자에게 처방되는 순서에 따라 1~3차 치료제로 나뉘는데, 국내에서 개발한 항암제 중 1차 치료제로 허가받은 것은 렉라자가 유일하다.

기존 폐암 치료 시장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독점하는 구조였다. 그만큼 비싼 약값 때문에 약가협상이 쉽지 않았고, 계속되는 급여 불발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폐암 환자가 비급여로 타그리소를 처방받는 경우 매월 600만원 이상을 부담해야했다.

하지만 렉라자의 등장 이후 환자들의 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경쟁약물의 등장으로 정부에서 타그리소의 약가를 낮출 수 있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렉라자는 전례 없는 속도로 급여 관문을 통과했고 올해 1월부터 1차 치료제로의 급여 처방이 가능해졌다. 그러면서 타그리소도 결국 5번의 시도 끝에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암환자가 급여 등재된 1차 항암제를 사용할 땐 약값의 5%만 부담하면 된다.

유한양행은 보험 급여 등재 전에도 렉라자를 무상으로 공급하며 환자 접근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왔다. 조기 공급 프로그램(EAP) 혜택을 받은 환자는 작년 말 기준 900여명에 달한다. 특히 약물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글로벌 제약사들도 부담스러워하며 제한적 범위에서 시행하고 있는데, 빅파마 약물과 견줄만한 의약품임에도 아무 제한 없이 무료로 의약품을 공급하며 국산 신약의 본보기를 보였다.

유한양행의 이러한 노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회사는 국내는 물론 다수의 해외 의료기관과 임상시험을 함께 진행하며 폭넓은 임상데이터를 확보하는 한편, 신약 치료 기회를 제공했다.

특히 글로벌 임상3상은 '의약품 접근성 지수(ATMI) 2022' 국가 목록에 포함된 우크라이나, 태국, 필리핀에서도 진행했는데, 치료가 계속 필요한 일부 환자들에게는 임상 종료 후에도 임상약을 무상 공급하며 취약한 의료 인프라에 노출된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했다.

다국적 임상은 인종 다양성을 확보에도 영향을 준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약사 및 의료기기 기업들이 인종·민족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올해는 임상시험 참가자 구성에 다양성 개선을 권고하는 지침의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타그리소가 국내에서 여러 차례 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약효 분석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리브리반트SC 병용·유럽 허가 남아, 예상 마일스톤 '1000억원'

또 렉라자는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으며 한국 제약기업의 위상을 세웠다. 렉라자는 지난 8월 30일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의 정맥주사(IV) 제형 항암제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를 받았고, 타그리소보다 높은 약가를 받았다. 렉라자의 1개월 복용분(30정) 가격은 1만8000달러(약 2400만원)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1만6000달러(약 2억9000만원)에 달한다. 타그리소의 미국 내 연간 약가는 20만4000달러(약 2억7000만원)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글로벌 상용화에 따른 마일스톤 발생으로 실적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올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회사의 3분기 라이선스 수익은 981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5억원) 대비 1만 9494% 폭증했다. 영업이익은 5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0.6% 성장했고 매출은 5852억원으로 같은 기간 24.8%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85.1% 증가했다.

렉라자는 일본·유럽·중국 등 세계 주요 제약 시장에서도 상용화 절차에 돌입했다. 특히 파트너사인 얀센이 리브리반트를 근육에 투여하는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해 렉라자와 병용하는 요법으로도 추가 허가 신청에 나서고 있어 추가 마일스톤 발생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렉라자는 약효를 증명할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 공개도 앞두고 있다. 지난 9월 2024 세계폐암학회(WCLC 2024)에서 발표된 렉라자 3상 임상시험 MARIPOSA 연구 결과, OS 데이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는 것이 확인됐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렉라자는 국가별 출시 마일스톤 수령, 리브리반트 SC 병용 승인, OS 데이터 발표가 남아있다"며 "우선 연말 유럽 승인과 연초 출시가 전망된다. 유럽에서 출시할 경우 마일스톤은 유럽·중국에서 각각 3000만달러(415억원), 4500만달러(522억원)를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리브리반트 SC제형은 지난 8월 FDA로부터 우선심사 지정 받아 늦어도 2025년 2월 15일 이전 FDA 승인 받을 수 있다. 다만 리브리반트와 렉라자가 이미 FDA 승인을 받은 상태로 연내 수월한 승인이 기대된다"고 했다.

남은 건 R&D와 환경경영 개선

이밖에도 유한양행은 필수의약품 생산, 에이즈 치료제 공급 및 환자 지원, 사회공헌 활동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소득, 연령, 지역 등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더 나은 치료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강화하고 R&D 파이프라인을 지속 확대 중이다. 회사가 올 3분기에 쓴 R&D 비용만 별도 기준 9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3% 증가했다.

특히 유한양행은 항암 물질은 물론 환자 수에 비해 치료 옵션이 현저히 부족한 집중질환군의 연구과제들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대사성질환, 알레르기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렉라자 뒤를 이을 차기 혁신 신약으로 꼽히는 물질로는 알레르기 치료제 'YH35324', HER2 양성 고형암 치료제 'YH32367', 고셔병 치료제 'YH35995' 등이 있다.

이 중 'YH35324'는 지난 2020년 7월 지아이이노베이션으로부터 기술 도입해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2월 긍정적인 1a상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기술이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만성특발성두드러기 환자 대상 1b상 결과는 내년 2월 말부터 열리는 AAAAI(미국알레르기천식면역학회)/WAO(세계알레르기학회) 등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희귀질환인 고셔병 치료제 'YH35995'는 7월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고형암 치료제는 임상 1/2상 시험 진행 중으로 내년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경제적 이익창출, 국가경제 기여, 국민 삶의 질 향상 등을 실현시켜 사회적 기여가 크다고 볼 수 있다"며 "회사는 경제적 이익창출에 따라 R&D에 재투자할 수 있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한양행이 기업의 지속성을 보다 더 강화하기 위해선 환경 부문에서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회사는 지난해 환경 부문에서 전년 대비 한 단계 상승한 B+를 받고, 올해도 동일한 등급을 받으며 체제 개선을 입증하지 못했다.

여기에는 친환경 사업장 조성에 필요한 투자 비용 감소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친환경 사업장 조성을 위해 다양한 투자활동을 수행하고 있는데, 지난해 투자금액이 약 17억원으로 전년(18.8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회사 측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실현하겠다"고 전했다.

현재 유한양행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대표이사 직속의 ESG경영실을 중심으로 전사 ESG실무협의회를 운영하며 장단기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본사 및 지점, 중앙연구소, 오창공장의 각 담당부서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및 규제에 대응하며 사업장 환경관리를 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오창공장은 2009년부터 5번째 금강유역환경청의 '녹색기업'으로 지정받고 있다.

또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으며 설비 고효율화 및 전기화로 전환, 자가발전 및 친환경 재생에너지 도입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처리업체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폐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니를 소각하지 않고 재활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폐유, 폐유기용제 및 폐성수지를 재활용으로 전환했다. 작년 오창공장 용수재사용량은 1만3992톤에 달한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산업의 특성상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환경 부문에서는 이미 잘 지키고 있다. 다만 평가 기준에서 개선율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제조업(장치산업)의 특성상 대기업, 규모가 큰 시설투자를 하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이 때문에 평가 기준상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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