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을 4개월 앞두고 간경화를 앓는 아버지를 위해 간이식 수술을 한 수험생의 사연이 알려졌다.
이화여자대학교의료원은 지난 7월 28일 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은 48세 남성 환자 A씨가 건강을 회복했다고 22일 밝혔다.
의료원에 따르면 경기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해 11월 간경화(간경변증) 진단을 받았다. 간경화는 간염 바이러스, 알코올, 약물 등으로 장기간에 걸쳐 간세포가 파괴돼 간 조직이 딱딱해지는 병이다.
A씨는 진단 직후 병원 치료를 받았으나 병세가 급격히 나빠져 간에 복수가 차고 간 이식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태가 됐다.
공여자가 필요했던 중에 A씨의 아들인 17세 B군이 자발적으로 이식하겠다고 나섰다.
사회복지사가 꿈인 B군은 2026학년도 대입 수능 시험을 준비 중이었지만, 아버지의 건강 회복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간이식을 결정했다고 한다.
수능을 4개월 앞두고 A씨와B씨는 무사히 간 이식 수술을 마쳤다.
A씨는 "몸이 갑작스럽게 안 좋아져 수능을 앞둔 아들에게 힘든 일을 겪게 해서 너무 미안했는데 아들이 오히려 아빠를 다독여 고민 없이 수술을 빨리 받도록 해줬다"며 "아들을 생각해서라도 빨리 회복해 힘이 돼주겠다"고 다짐했다.
B군은 "회복하느라 힘이 들었지만 좋은 일을 해 자랑스럽고 의사 선생님들 덕분에 아빠의 건강을 찾게 돼 너무 감사하다"며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해서 수능시험도 잘 치르겠다"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홍근이대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수능을 앞둔 미성년자여서 이식 결정 과정에 고민이 많았지만,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준비하고 있는 올해 입시에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