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손실에 보험료도 폭등
견디다 못해 매물 내놓기도
시에 보고해도 조치는 ‘전무’
최근 기온이 떨어지면서 주변에 노숙자 텐트가 있는 건물주나 업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노숙자들이 추위를 피하기 위해 피운 불이 화재 사건으로 번지는 일이 빈발하기 때문이다.
LA소방국(LAPD)에 따르면, 지난달 한인타운 인근 8가와 갈랜드 애비뉴 사거리에 위치한 건물(1200 W 8th St)의 외벽이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브라이언 험프리 LAFD 공보관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건물 옆에 있던 노숙자 캠프에서 발생한 화재가 건물 외벽으로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차 13대, 소방관 31명이 투입됐다”고 덧붙였다.
LA다운타운과 가까운 사우스 브로드웨이와 32가 인근에 단층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전모씨는 건물을 내놨다. 그는 “주변에 서성이는 노숙자들 때문에 건물 운영이 어렵겠다고 판단해 지난해 2월 매물로 내놨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지난 2023년 8월과 지난해 1월 등 이미 두 차례나 노숙자 방화로 피해를 입었다. 〈본지 2024년 1월 11일자 A-1면〉 그는 “건물 주변에서 노숙자들이 불을 피우는 일이 여전히 빈번하다”며 “건물 주변 노숙자 수도 줄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씨는 노숙자 접근과 화재 예방을 위해 지난해 5월 자비 5만 달러를 들여 건물 주변에 펜스를 설치했다. 그런데 시정부로부터 벌금 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시에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아 내 돈으로 조치를 취했는데 되레 벌금이 부과됐다”고 말했다.
이에 전씨는 1750달러의 벌금을 냈다. 그는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게 벌금 부과 이유”라고 억울해 했다.
그는 화재 위험 관리에 관한 시정부의 소극적 행정을 꼬집었다. 전씨는 “길거리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화재 예방을 위해 시정부가 무얼 하는지 모르겠다”며 “LA시 민원 신고 전화인 311에 연락해 화재 후속 처리나 예방 관련 도움을 요청해도 해결에 수개월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전씨는 지난 번 화재 복구 비용을 보험 청구 대신 전액 자비로 부담했다. 그는 “보험 갱신이 거부되거나 보험료 급등을 우려해 보험사에 피해 금액을 청구하지 않았는데도 보험료가 또 올랐다”고 울분을 토했다.
화재로 인한 보험료 인상과 보험사의 갱신 거부는 건물주들이 가장 많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손해 사정 전문가 피터 박 그린스팬 부대표는 “건물이나 사업장 근처에 노숙자 캠프 등 화재 위험 요소가 있다면 보험사에서 보험 가입을 꺼리거나 보험료를 대폭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숙자 텐트 때문에 보험료가 4배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 부대표 역시 시정부의 노숙자 화재 관련 조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노숙자에 의한 화재 위험성을 LA시에 보고해도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의류 제조 업체에서 일하는 김영지씨는 “자바시장은 불에 타기 쉬운 옷이나 원단이 많은 곳”이라면서 “우리 회사 건물은 물론 자바시장 주변에 노숙자가 많아 그들이 피운 불이 인근 건물로 옮겨붙지는 않을까 늘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거주하는 아파트 주변에도 노숙자가 있어 늘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김경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