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두고 성수품 가격이 급등하고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줄 잇고 있다. 윤석열 내란 사태 여파로 ‘1%대 성장’ 쇼크가 몰아치고 물가마저 들썩여 서민들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는 마땅한 민생 해법과 출구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작황이 부진한 설 성수품 가격이 1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 무는 1개에 3330원으로 1년 전 대비 84.3%, 배추 한 포기 가격은 5211원으로 1년 전보다 64.8% 급등했다. 배(10개)는 4만2290원으로 전년 대비 25.6% 뛰었다. 이미 상승한 농축산물 가격이 폭설과 한파로 더 치솟을 수 있다니 걱정이 앞선다. 설상가상으로 환율도 1500원에 육박하면서 수입품·생필품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원유·천연가스·코코아 등 에너지와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 특성상 고환율이 지속되면 결국 소비자물가를 압박하게 된다. 대상은 설 연휴를 앞두고 원자재값 상승 등을 이유로 마요네즈·후추 등 소스류 제품 가격을 평균 19.1% 올리기로 했고, 식품업계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엔 대학 등록금도 꿈틀대고 있다. 서강대는 학부 등록금을 4.85%, 국민대는 4.97% 인상하기로 했다. 연세대·경희대·성균관대·한양대 등 서울 주요 사립대학들도 등록금 인상을 검토 중이고, 등록금을 올리려는 국립대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학령인구 감소, 인건비·물가 상승에도 등록금이 10년 넘게 동결·제한돼 시설 투자와 교수 채용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의 사정을 무작정 외면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내란 사태로 경기 하강 속도가 빠르고 소상공인·서민들의 고통이 커져가는데, 내부 적립금이 많은 대학들도 최대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교육부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착수하지 않았다고 하니, 너무 먼 산의 불 보듯 하는 거 아닌가.
12·3 내란 사태 후 소비 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고, 경제성장률·일자리 전망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러다간 성장은 정체되고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마저 우려된다. 가계빚도 이미 위험선을 넘었다. 하지만 민생은 벼랑 끝인데 정부의 비상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을 동원해 하루빨리 급한 불을 끄고, 윤석열 내란이 불확실성을 키운 정치·경제적 리스크를 조속히 제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