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시절 ‘집콕 대체재’로 불리던 홈술·홈카페 문화가 이제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하나의 고정된 소비 패턴으로 굳어지고 있다. 회식 문화가 줄어들고,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성향이 맞물리면서 홈술 시장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류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빠른 변화를 겪었다. 과거 주점·식당 중심으로 이뤄지던 맥주 소비는 줄어드는 대신,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술을 구입해 집에서 즐기는 ‘홈술’ 문화가 빠르게 확산됐다.
닐슨코리아의 ‘국내가구 주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구의 연간 주류 구매액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으며, 술을 마시는 장소로 ‘집’을 꼽은 응답자는 57%에 달했다.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소비 구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와인 명가’로 불릴 만큼 와인 라인업을 넓히고, 1~2인 가구를 겨냥해 가성비 와인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전용 행사와 추천 큐레이션을 강화하며 와인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하이볼 열풍을 타고 이색 RTD(Ready To Drink) 제품도 속속 등장한다. 일본산 고구마 소주를 활용한 ‘스파이시 토마토 하이볼’ 같은 제품은 집에서도 바(Bar) 못지않은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흡수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또한 초저가 와인의 대중화도 눈에 띈다. 롯데마트는 ‘테이스티 심플’ 시리즈를 통해 4900원대 와인을 내놓으며, 합리적 가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상품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단순히 집에서 술을 마시는 습관을 넘어 ‘합리적 프리미엄 소비’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고물가 시대, 카페나 바에 가지 않고도 특별한 경험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만족도 역시 높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가볍고 달콤한 술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며 “앞으로 홈술·홈카페 시장은 더욱 다변화하며 ‘홈술족’ 공략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