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S “양자 컴퓨팅 갈 길 멀다, 클라우드로 탐색부터”

2025-01-28

“양자 컴퓨터는 아직 프로토타입 단계로, 언제쯤 상업적으로 가치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 지금은 대규모의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므로, 지금은 리스크를 피하고 계속 양자 컴퓨터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클라우드로 접근해야 한다.”

시모네 세베리니 아마존웹서비스(AWS) 양자기술 디렉터는 24일 AWS코리아 서울 사옥에서 열린 ‘양자컴퓨팅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우선은 기대치를 적절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당장 양자 컴퓨터의 상업적 문제해결 투입 시점을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양자 컴퓨터 구축 그 자체보다 그 모든 것을 통해 계산의 기본적인 원리인 양자 물리학에 대한 이해를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2018년 AWS에 합류해 양자 기술 전략을 설계한 인물이다. 런던대학교 정보 물리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케임브리지 퀀텀(현 퀀티눔)과 페이즈크래프트를 비롯한 선도적인 양자컴퓨팅 스타트업의 공동 설립에 참여했다. AWS 합류 후 칼텍 및 하버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AWS 연구센터 설립을 이끌었다.

양자컴퓨팅은 양자 물리학을 기반으로 하는 컴퓨터와 알고리즘을 일컫는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역학 현상을 이용하는 컴퓨터로, 물리적 물질에서 나타나는 입자와 파동의 특성을 특수한 하드웨어를 사용해 활용한다. 현재 초전도체나 이온 트랩 등의 기술로 구현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현대 컴퓨터의 기본 정보 단위인 비트 대신 ‘큐비트(Qbit)’란 단위를 사용하고, 큐비트는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 같은 양자 역학 특성을 활용한다. 양자컴퓨팅은 이런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연산을 수행하는 계산 방법론이다. 양자컴퓨터에서 실행되는 이론, 알고리즘 등을 가리킨다.

시모네 세베리니 디렉터는 “큐비트는 수학적으로 이 구상의 한 지점으로 표현되고, 0과 1은 각각 극 지점에 위치하며 이로 인해서 0과 1의 특별한 배치가 공존할 수 있다”며 “이것을 중첩이라 부르며, 큐비트는 원자, 전자, 광자 등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자 하나와 그 전자의 두 가지의 에너지 준위가 있다면 에너지 낮은 쪽을 0, 에너지 높은 쪽을 1이라 하고 레이저 등을 사용을 해 중첩을 만들어낼 수가 있다”며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를 사용을 해서 연산을 수행하는 머신으로, 우리가 아는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회로를 사용해 계산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로를 통해 큐비트란 물리적 연산의 연속인 로직 게이트들이 마치 레고 블록처럼 서로 연결되고, 양자 컴퓨터에만 독특한 로직 게이트가 있어서 그것으로 중첩을 만들어낸다”며 “양자 알고리즘은 결국 익숙한 컴퓨터의 게이트에 의해서 구성된 회로에 특별히 중첩을 만들어내는 중첩 게이트를 합한 것이고, 이것이 양자 계산”이라고 덧붙였다.

양자컴퓨터는 중첩 현상을 활용해 전통적인 컴퓨터보다 훨씬 더 풍부한 종류의 알고리즘을 대규모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한번에 여러 가능성을 연산할 수 있으니 더 빠르게 계산하는 게 가능한 것이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 디지털 회로보다 적은 수의 연산으로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다. 이론적으로 어떤 특정한 문제는 전통적인 컴퓨터로 해결하는 데 10억년이나 걸리지만 양자 컴퓨터로 몇 분 만에 할 수 있다.

세베리니 디렉터는 “양자 컴퓨터가 고정 컴퓨터보다 무조건 빠른 것은 아니며, 일부 문제에 있어 훨씬 더 적은 수의 연산을 사용한다는 뜻”이라며 “적용 분야는 우선 양자 물리학 그 자체를 시뮬레이션해 해결을 시도하는 문제의 유형일 것이고, 화학, 재료 과학, 핵융합 에너지, 핵 물리학, 고에너지 물리학 등이 양자 물리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50개 이상의 전자를 가진 분자를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를 예로 들었다. 새로운 발견을 해내는 데 양자 컴퓨터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원리적으로 전통적 슈퍼컴퓨터로 50개 이상의 전자를 가진 분자를 시뮬레이션하는 건 각 전자마다 메모리의 크기를 2배씩 키워야 하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며 “현재 2의 50제곱이란 메모리는 현재 구현 가능한 그 어떤 슈퍼컴퓨터보다도 큰 메모리이며 미래에도 이 정도 규모의 메모리를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암모니아의 생산 공장은 매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나 배출하는데, 천연가스를 원료로 고온의 공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반면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경우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암모니아를 생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박테리아가 어떤 원리로 암모니아를 생성을 하는지 슈퍼컴퓨터로는 알 수 없는데,그 분석에 필요한 메모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반면 양자 컴퓨터는 상대적으로 작은 수의 큐비트로 이 분석을 해낼 수 있고, 이 분석으로 확보한 지식을 통해 동일한 공정을 양산 규모로도 더 확대 재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자 컴퓨터는 배터리, 반도체 연구, 초전도체 등 신소재 개발과 설계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양자 컴퓨터가 모든 문제를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양자 컴퓨터가 전통적인 컴퓨터를 대체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많은 강력한 증거를 통해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요한 질문은 여러 핵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큐비트가 필요한가라는 것”이라며 “적용 분야에서 몇 개의 큐비트와 양자 게이트가 필요한지 보면, 무조건 많은 큐비트가 필요하진 않아도 중요한 응용 분야에 따라 수백, 수천개 수준의 큐비트가 필요한데, 가장 최신의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매우 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물리학과 화학 분자 시뮬레이션은 100큐비트 이상과 1억개 이상의 게이트를 필요로 한다. 2048비트 RSA 암호화는 6000큐비트 이상과 100억개 이상의 게이트를 요구한다. 첨단소재 개발은 100큐비트 이상 1000만개 이상의 게이트를 필요로 하며, 라우팅이나 자원 할당 같은 적화 문제는 1000큐비트 이상과 100억개 이상의 게이트를 요구한다.

그는 “매우 많은 큐비트를 가지면서, 또 아주 많은 게이트를 구현하는 양자 컴퓨터가 개발돼야 한다”며 “초전도체, 이온 스핀, 광자시스템, 원자시스템 등 큐비트를 조작하는 여러 제어 방식 제작법이 있지만 이런 컴퓨터들은 현재 거의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힘없는 프로토타입”이라고 덧붙였다.

각 제조방식의 최신 상태를 보면, 초전도체 방식의 경우 10~100 큐비트 수를 구현할 수 있고, 실리콘스핀 방식의 경우 10 큐비트, 중성 원자 방식의 경우 30~2000큐비트, 포획 이온 방식의 경우 50큐비트 등을 구현할 수 있다.

대규모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힘들게 하는 요소는 더 있다. 양자 오류다. 양자 컴퓨터는 중첩 현상에서 비롯되는 양가성 때문에 필연적으로 오류를 만들어낸다.

세베리니 디렉터는 “최근 일부 양자 컴퓨터의 프로토타입에서 1000번의 양자 계산에 1번의 오류가 발생하는 정도로 오류율을 줄이기도 했지만,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기대를 거는 양자 알고리즘은 1000억번의 연산에서 1건의 오류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양자 오류를 줄이는 ‘오류 수정’이란 방법이 설계돼야 한다. 최근 양자 컴퓨터 산업에서 연구 흐름은 이 오류 정정에 집중되고 있다.

그는 “양자 컴퓨팅은 과학적으로는 대단히 흥미롭고 또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방식 자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될 지 몰라도, 아직까지 비즈니스의 실질적인 이점은 입증하지 못했다”며 “언젠가는 혁신과 비즈니스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지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AWS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양자 컴퓨팅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를 활용해 양자 컴퓨팅으로 해결할 만한 문제를 탐색하고, 계속 양자 컴퓨팅 분야에 참여하면서 장기적으로 투자 시기를 결정하란 것이다.

AWS는 2021년 과학적으로, 상업적으로 가치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양자 컴퓨팅을 구축하기 위해 ‘AWS 양자 컴퓨팅 센터’란 조직을 출범시켰다. 이 조직은 양자 컴퓨팅 이론과 실제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활동을 한다. 양자 오류 수정, 디바이스 물리학, 양자 알고리즘, 응용 분야, 양자 시뮬레이션 등의 이론 분야와, 설계 및 시뮬레이션, 소재 및 제조, 극저온 기술, 제어 하드웨어, 테스트 및 측정, 소프트웨어 개발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칼텍, 스탠포드대학교, 시카고대학교, 매릴랜드대학고, MIT 등이 협력하고 있다.

AWS는 현재 초전도체 기반 양자 컴퓨터를 개발 중이다. 초기 단계부터 오류 수정에 역점을 두고 있다. AWS는 일반 고객에게 양자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브라켓(braket)’ 서비스는 2019년 출시돼 다양한 하드웨어와 개발자 도구로 구성됐다.

세베리니 디렉터는 “현재 양자 컴퓨터는 수천만 달러 규모이기에 엄청나게 비싸고 구매하기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게다가 아직 과학 실험의 단계이므로 양자 컴퓨터를 구매해서 온프레미스에 갖다 놓으면 6개월 만에 구식이 돼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특정한 양자 컴퓨터를 구매하면 해당 기술에 종속되고, 다른 컴퓨터 리소스와 통합하기도 대단히 어렵다”며 “그러나 아마존 브라켓은 AWS 클라우드를 바탕으로 통합돼 있어서 클라우드 서비스와 사용자에게 익숙한 다양한 리소스를 적극적으로 함께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존 브라켓은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로 아이온큐(IONQ), OQC, 리게티(Rigetti), 큐에라(QuEra), IQM, 디웨이브(Dwave), 자나두(XANADU) 등의 하드웨어를 선택할 수 있다.

세베리니 디렉터는 “각 제작사는 모두 스타트업이고, 아직 그들의 양자 컴퓨터 머신 자체는 소수의 큐비트만 가졌으며, 오류율도 아주 높다”며 “하지만 현재로선 최신의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AWS 콘솔에서 양자 컴퓨터를 위한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 있다. 코드 변경을 통해 어떤 양자 컴퓨터 하드웨어로 실행할 지 바로 변경할 수 있다. 주피터 노트북을 활용하면 짧은 프로그램으로 양자 컴퓨터를 실행할 수 있다.

세베리니 디렉터는 “현재 아마존 브라켓은 주로 과학적 목적의 탐구와 학습에 사용되고 있다”며 “JP모건체이스는 브라켓으로 양자 컴퓨터가 자신의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분석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고, BMW와 에어버스 그룹은 작년부터 1년간 ‘퀀텀 모빌리티 퀘스트’란 공모전을 진행해 항공과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적인 양자 컴퓨팅 솔루션을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인도의 전자정보 기술부는 100개 이상의 인도 내 대학에 양자 하드웨어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해 AWS 브라켓을 채택하고, 연구와 교육을 위한 주요 사업을 진행중이다. 한국의 서울시립대학교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는 아마존 브라켓을 사용해 비선형 유체 역학 방정식을 위한 양자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AWS는 양자 컴퓨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퀀텀 엠바크(Quantum Embark)란 고객 자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 및 지원, 개념 증명 연구, 확장, 장기적 솔루션을 위한 새 지적재산권 및 연구, 전문성 구축 등을 지원한다.

그는 “이 프로그램으로 다양한 스킬과 역량을 구축하고, AWS 팀과 협력해 연구를 수행하면서 지적 재산권을 구축 확보 할 수 있다”며 “더불어서 앞으로 양자 컴퓨터가 비즈니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여부를 판단해 나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양자 애플리케이션은 너무나 거대하고, 많을 것”이라며 “일단 성능이 확보되는 하드웨어만 만들어지면 세상을 바꿔놓을 양자 애플리케이션이 속속 발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양자 컴퓨터는 망원경으로 우주를 탐구하게 했듯 물리학의 근본적 본질에 접근하게 하는 도구”라며 “또, 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므로,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이 계속해서 양자 컴퓨터를 만들어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김우용 기자>yong2@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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