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산하(再造山河)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실의에 빠져 있던 서애 류성룡에게 적어 준 글귀로 ‘나라를 다시 만들다’라는 뜻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 ‘스마트’ 시대 우리 농업은 고전과 첨단이 공존하고 있다. 땅(논밭)은 1970년대 형태이지만 농작업은 무인기(드론) 레이저 자율주행 로봇 농기구이다. 몸집은 ‘S’(스몰사이즈)인데 옷은 ‘XXL’(빅사이즈)이다.
경운기와 소형 트랙터 시대 논필지 규모(0.3∼0.4㏊)에 중대형 트랙터와 드론 농작업 시대로 대전환이 됐다. 미국·호주·유럽연합(EU)처럼 레이저 균평기 보급이 확산되면서 논 크기를 3∼30㏊로 늘려야 한다는 현장 목소리가 높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3년 전부터 ‘파괴적 혁신’을 꾀하고 있다. 조선 중후기부터 250여년 해온 이앙법을 신직파법으로 바꾸고 있다. 잡초와의 전쟁을 통해 ‘벼농사=물농사’가 아닌 ‘벼농사=밭농사(건답직파 신기술)’가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전통적인 못자리를 없애고 혼자서(셀프) 대규모 농사가 가능하다면 농촌인구 부족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다.
농업용 물(에너지) 사용은 관수로 형태에서 파이프형 정밀 공급 조절 관리시스템과 자동·반자동 논 물꼬로 깔고, 밭은 스프링클러·점적호스·안개(포그)스프레이어로 바꿔 가뭄·고온에 대비해 연중 곡물·채소·과수류 생산 공급 안정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농지법’ ‘상속법’도 개정해 농업 최강국 네덜란드처럼 농가 한곳당 경지규모를 노지(논밭농사) 스마트팜 시대에 맞도록 확장해야 할 것이다. 물론 소농 보호를 위한 농촌복지 안전망은 촘촘하게 씨줄 날줄로 짜야 한다. 국가 식량안보를 위한 절대농지 보전과 한계농지(다랭이·경사지 논밭 등 영농여건불리농지)를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 신재생에너지와 식량안보란 두마리 토끼몰이로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게 해야 한다.
농업·농촌의 재조산하는 산림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돼 산림경제, 산림보전(산불 초동진화)까지 이어져 국토·농림업 재조산하로 발전할 수 있다. ‘트럼프노믹스’ 2.0 시대를 맞아 세계 경제, 미래 먹거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가 가진 세계적인 토목·건설·첨단산업·전문인력을 융복합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할 때다. 인류 역사와 더불어 위기는 늘 상존해왔다. 국토·농림업 재조산하 전략이 절실하다.
박광호 국립한국농수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