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의 일부 수출품에 대해 면제해온 관세를 6월초부터 재부과할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각)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 이전 수준으로 관세를 적용받게 되면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해당 조치는 자국 내 농업계 피해를 주장해온 폴란드·프랑스 등 일부 EU 회원국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당장 수출품 전체 물량에 전쟁 이전의 관세를 적용하진 않고 과도적 조치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우크라이나산 옥수수·달걀·밀·가금류·유제품·쇠고기·돼지고기 등 주요 농축산물 관세 면제 할당량이 대폭 줄어들어 경제적 손실을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EU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농식품분야는 2023년 전체 수출 상품규모 중 60.3%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의 핵심 동력이다. 관세로 인해 농식품 수출이 타격받으면 우크라이나 농업계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구멍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무관세 조치가 종료되면 연간 5조5000억원 규모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관세청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EU를 대상으로 38조2418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체 수출액(60조6000억원)의 63%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의 수출 품목 중 대부분은 해바라기유(7조1298억원)·옥수수(6조8355억원)·밀(5조1615억원) 등 농식품이 차지했다.
FT는 특히 옥수수·가금류·설탕 수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옥수수는 수출량이 연간 470만t에서 65만t, 가금류는 5만7000t에서 4만t, 설탕은 10만9000t에서 4만7000t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결정을 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럽의회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석보고관인 카린 칼스브로 의원(스웨덴)은 “지금 가혹한 무역 제도를 다시 도입하면 우크라이나 경제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EU의 약속에 대한 잘못된 정치적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유럽 각국의 농민은 2023년말부터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의 과도한 수입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시위를 벌여왔다. 특히 인접국인 폴란드의 농민 시위가 거셌다. 폴란드 시위대는 트랙터로 우크라이나와의 국경도로를 막거나, 화물열차에 실린 우크라이나산 곡물 160t을 철로에 쏟는 등 과격한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에서도 트랙터로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EU는 2022년 5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목적으로 36개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를 면제하는 ‘자율무역조치(ATM)’를 시행했다. 이 조치는 올 6월5일까지 유효하지만 이를 갱신하지 않고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EU 측 견해다. 무관세 조치가 종료되면 양측간 무역은 2017년 발효된 EU-우크라이나 포괄적 자유무역협정(DCFTA)에 따라 이뤄질 전망이다.
조영창 기자 changsea@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