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밥상 정치 갈등’, 한국만의 일일까…양극화 심화된 美에서도 마찬가지

2025-10-08

세대가 다른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자리에서 정치 이야기는 대표적인 갈등 요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한 미국에서도 명절 모임에서 정치 대화를 피하려는 양상이 나타난 바 있다.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이번 연휴 동안 총 320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대가 다른 가족구성원이 한데 모여 식사를 나누는 자리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자리에선 정치 얘기가 대표적 갈등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료 분석 전문 기업 PMI가 지난 5월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꼽은 ‘가족 간 공감이 어려운 대화 주제’ 1위는 ‘정치·사회 이슈’(21.4%)였다.

가족 구성원들이 모이는 명절에 ‘정치’를 주제로 한 대화를 기피하는 현상은 미국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미국정신의학회(APA)는 지난해 8월1일부터 23일까지 미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33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응답자의 72%는 “명절 모임 중 정치 이야기를 피하고 싶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38%는 “연말연시 동안 의견이 다른 가족을 피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65세 미만의 성인은 65세 이상 성인보다 “의견이 다른 가족을 피하고 있다”고 답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도 정치 성향이 다른 친척과의 갈등을 우려해 아예 모임을 줄이거나 특정 가족을 제외한다는 사례를 전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거주하는 리타(66)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 집권한 2016년 이전에는 “정치적 갈등 없이 연말연시에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지만, “2021년 1월6일 국회의사당 테러(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를 불복하며 일어난 폭동) 이후에는 이러한 모임이 완전히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더 이상 ‘정치적 대화 금지 규칙’을 지키지 못하는 친척들과 시간을 낭비하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릴리아나 메이슨 존스홉킨스 대학 정치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정치 성향이 정책에 대한 선호도 차이를 넘어 정체성과 가치관을 규정하는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가족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가 개인의 정체성과 결합해, 가족 모임과 같은 사적 공간에서도 긴장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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