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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처음으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정책을 건의했다. 현대차 노조 상급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이번 정책 제안은 이례적이다.
19일 노동계에 따르면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 등 경사노위 관계자들은 17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현대차 노사 간담회를 열었다. 경사노위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법정 정년연장을 포함한 계속고용 방안 마련을 위한 현장 의견 청취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간담회에 참석한 전국금속노동조합 산하 현대자동차지부는 경사노위에 법정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경사노위 측에서는 정책 제안을 예상못했다는 반응이다. 법정 정년 연장안은 노동계가 원하는 계속 고용 방식이다.
현대차 노조가 경사노위에 처음으로 정책 건의를 한 상황이 주목된다.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는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참여한다. 국가적 위기 때마다 노사가 타협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여러 사회적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만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 탈퇴를 선언한 후 복귀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결정에 따라 다른 산하노조도 경사노위에서 활동하지 않는다.
현대차 노조의 정책 제안은 그만큼 계속고용 방안이 시급하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경사노위는 여러 논의 과제 중 계속고용 방안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작년 말 예상보다 빨리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경사노위 내에는 작년 노사정이 참여하는 계속고용위원회가 신설됐다. 위원회에서 합의된 안은 정책화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12.3 계엄 사태 이후 한국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잠정 중단한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가 계속고용 방안 논의 과정에도 참여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경사노위는 그동안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노사정 대화에 참여해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경사노위의 대화 재개는 요원한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의 정책 제안이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의견을 모으는 정기대의원대회와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될 사항이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국회 내 사회적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도 높다.
현대차 노조의 정책 제안은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법정 정년 연장을 촉구하지 않는 상황도 배경이 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일률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기존 근로자의 고용 유지 부담 탓에 기업이 청년 일자리를 만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안다. 민주노총은 이 문제를 근로자가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나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작년 11월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년 연장이 되면 양질의 일자리, 공공기관, 대기업 일자리는 파이가 줄어드는 문제여서 청년 (일자리) 영향이 있다”며 “문제는 파이를 늘리는 것이다, 계속 고용이 되면서 양질의 일자리는 정부와 사용자가 폭넓게 늘리면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