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혀에 생긴 암으로 목소리를 잃게 된 미국 여성이 인공지능(AI)과 욕설이라는 독특한 결합으로 목소리를 되찾았다.
22일(현지시간) 미국 NPR · KQED 등에 따르면 뉴저지주 출신의 51세 여성 소냐 소틴스키는 암으로 혀와 성대를 잃고도 다시 말할 수 있게 된 자신의 사연을 소개했다.
소틴스키는 지난 2021년 턱의 통증과 혀 밑에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치과를 찾아 이상 증상을 설명했으나, 의사는 턱관절 이상이라며 간단한 주사 치료만을 권유할 뿐이었다. 수 개월 간 치료를 받았음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지만, 그는 같은 해 어머니를 간병하며 생긴 심한 스트레스가 통증을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혀가 비뚤어지자 그는 다시 한 번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종양인 것 같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정밀 검사 결과 그의 혀에는 악성 종양이 자라고 있었고, 그는 설암 4기를 진단받았다.
병원은 그에게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며 '혀와 성대 전체를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이후 다시는 말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수술까지 5주가 남은 시점, 소틴스키는 좌절하는 대신 동화책을 읽기로 했다. 12권이 넘는 아동 도서를 읽어주는 자신의 모습을 녹화하고 이를 언젠가 태어날 손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동화책 외에도 자신의 일상을 틈틈이 기록하며 5주 뒤에는 스스로 낼 수 없게 될 목소리를 영상과 녹음에 담아냈다.
구강암의 치료 이후 목소리를 잃게 되는 경우, 그렇지 않은 암 환자들에 비해 더 큰 상실감을 느낀다고 한다. UC 샌프란시스코의 방사선 종양학자인 수 욤 박사는 “암 치료 후 성대를 잃은 사람은 성대를 유지한 사람보다 장기적인 정서적 고통, 우울증, 신체적 고통을 겪을 위험이 높고, 사회적 고립 또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욤 박사는 “목소리는 그 사람의 정체성”이라며 “의사소통은 우리가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어려워지고 이는 곧 마음의 작용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암으로 인해 후두절제술을 받는 환자는 보통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기후두를 통해 인공적인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소틴스키처럼 혀까지 제거하게 될 경우 이조차도 사용할 수 없다.
2022년 1월, 수술을 받고 말할 수 없게 된 소틴스키는 영상과 녹음 속 자신의 목소리를 구현해낼 업체를 수소문했다. 별다른 성과가 없었지만 2024년 중반,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는 자신의 목소리와 흡사한 기계음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수집한 녹음본에서 가장 유용했던 것은 바로 '욕설'이었다. 소틴스키는 비꼬는 말이나 욕설을 자주했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이나 성격이 욕설에 고스란히 담겼고, 이는 AI 목소리 구현에 큰 도움이 됐다.
약한 뉴저지 억양과 스틴스키의 특유와 운율은 AI로 구현돼, 그가 휴대전화에 문자로 타이핑하면 소리로 변환돼 스피커로 나오게 된다.
스틴스키는 “목소리를 낼 수 없을 때, 정말, 정말 답답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성격을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라며 “소리를 지르고 싶은 기분은 기초 음성 변환 기술이나 손으로 메모해서 보여주는 것으로는 해소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유료 텍스트-음성 변환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하고 있다. 스틴스키와 딸은 보험사에 음성 구현 비용을 청구했지만 받아주지 않았다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의학적 필수 조건으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AI가 발달하면서 AI를 치료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AI 사용 비용을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가 새로운 논쟁의 주제가 되고 있다.
보험사 애리조나 블루크로스블루쉴드의 대변인 테레사 조셉은 “건강 보험은 일상적인 진료와 생명을 구하는 진료를 모두 보장하지만, 보조 의사소통 장치는 일반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면서도 “AI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편의를 제공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보장 기준이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