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금융권의 소비자보호가 잘 되지 않는 이유로 '금융위원회의 산업진흥 위주 정책'을 거론하며, 대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할 때라는 작심발언을 내놨다. 소비자평가 실태평가에 대해서도 조직 재정비를 거론하며 대대적 개혁을 시사했다. 취임 일성부터 소비자보호 기조를 강조하면서 금융권은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립하거나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는데,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종합국감에서 '감독체계 개편 무산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가 소홀하게 된 구조적인 부분은 최근까지 금융위를 비롯한 정부의 포지셔닝이 금융산업 진흥 정책 중심으로 운영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산업 및 감독 정책은 '금융위'가, 감독집행은 '금감원'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 2021년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의 허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스템도 과연 금융소비자 보호에 충실할 수 있냐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이 있다"며 "판매행위 단계부터 소비자보호를 한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근본적으로 상품설계부터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설계돼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이라고 말했다. 현행 금소법이 주로 판매행위에 대한 규범을 담고 있는 반면, 상품 구조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 원장은 상품설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원장은 "상품설계가 사전신고와 사후심사 두 가지 형태로 이뤄져 있는데 사전신고에서는 형식적 심사에 치우쳐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진정으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려면 업권별로 상품설계부터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철학을 녹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 진흥과 (소비자 보호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실태평가가 형식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와 관련된 부족한 부분을 정비하겠다"며 "조직 내에 업권별 소비자보호 팀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관련 인력과 예산을 금융위에 요청하고 있다"며 "금융위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기대한다. 가시적으로 개선된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전날 국감이 금융위-금감원의 종합국감이었던 데다, 두 기관 수장이 한데 모인 자리라는 점에서 이 원장의 이 같은 '작심발언'은 다소 파격적이다. 한편 이 원장이 소비자보호의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가운데, 금융권의 소비자보호 대응에도 눈길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성과평가지표(KPI) 개선, 이사회 내 위원회 설립, 전문가 양성 등으로 소비자보호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KB금융그룹은 지난달 금융소비자보호 철학의 근본적인 변화와 실행을 위해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소비자 의무'를 토대로 고객 중심 경영 철학과 현장 경험을 반영해 '소비자보호 가치체계'를 수립했다. 이와 함께 이달 1일에는 양종희 회장 주재로 △지주사의 소비자보호 총괄기능 강화 △소비자 중심의 KPI 설계 △소비자 중심의 상품 프로세스 개정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6일 금융권 최초 이사회 산하에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소비자보호 관련 정책과 성과를 직접 평가·관리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은 상품 개발·판매·사후관리 등에 소비자보호 원칙을 내재화하고 사전예방 중심의 체계를 확립한다는 입장이다. 그 일환으로 하나금융은 그룹 전반 및 자회사의 소비자보호 내부통제활동을 점검·관리할 수 있는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내부통제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달 임종룡 회장 주재로 '그룹 금융소비자보호 협의회'를 열고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최고고객책임자(CCO) 임면 시 최소 2년 임기 보장 및 KPI 설계 시 소비자보호 핵심사안 배타적 사전합의권 보장 △민생 금융범죄 예방을 위한 인적·물적 역량 강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근절 △보험상품 불완전판매 및 불건전영업행위 근절 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이달 27일 '금융소비자보호 앰배서더'를 임명해 소비자보호 전문가를 본격 양성하고 나섰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023년 7월 업계 최초로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하고, 전 그룹사 CCO가 참여하는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제도화하는 등 소비자보호에 힘쓰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소비자보호부서 8개 전담팀으로 세분화 △경영진 평가에 소비자보호 과제 의무 반영 △금융상품 관리 전 과정 전담조직 운영 및 내규 강화 △취약계층 금융접근성 전담조직 운영 및 지원 확대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5 국감] 소상공인 빚 탕감 '공정성' 논란…"성실 상환자 박탈감 외면"](https://img.newspim.com/news/2023/04/19/230419134121099.jpg)

![[2025 국감] 배경훈 부총리 "AI 기본법 사실조사권 유예 검토 중"](https://img.newspim.com/news/2025/10/29/251029124624535.jpg)


![[2025 국감] 개인정보 유출 기업 '아기유니콘' 선정…"중기부, 리스크 관리 실패"](https://img.newspim.com/news/2024/08/02/240802101823339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