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색을 좋아하세요?”라고 누가 물으면, “파랑이요”라고 답한다. 대답이 좀 단순한가 싶어 “코발트블루”로 고쳐 말한다. 그러다 또,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색깔 중에 꼭 한 개만 고르기가 어려워 욕심을 부린다. “코랄과 포레스트 그린도 좋아해요.” 좋아하는 색을 고르는 것은, 제법 섬세한 작업이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색 중에 고르라면 단순하고 쉬울 것 같다. 그래도, 많은 것 중에서 고르는 쪽이 훨씬 신난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색이 있었나 싶다. 사람마다 고르는 색이 달라서, ‘내 편’도 ‘네 편’도 안 생겨서 참 좋다.
그런데, 정치 뉴스를 듣고 있자면 머리가 지끈하다. 언제부터 우리나라 정치가 단순해진 건지 모르겠다.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사회질서를 바로잡는 일이 정치라면 두 가지 색으로 구분할 수 없다. 그 안에 수없이 많은 색깔이 존재해야 한다. 색깔로 말할 수 없는 ‘상식’의 영역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 색깔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라면 사회질서는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 상식적인 부분이다. 지극히 초보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당연한 말이다.
두 가지 색깔만 선명한 이 시대의 정치는 마치 놀이 같다. 이기고 지는 팀이 분명한 스포츠 경기에서 온 힘을 다해 응원가를 부르듯 우리 팀을 응원한다. 스코어가 비슷하면 비슷할수록 짜릿해진다. 이토록 정치가 끌리는 순간이 또 있을까. 그 짜릿함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걸까.

리바이어던은 토마스 홉스가 1654년에 쓴 책이다. 제목인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인 레비아탄으로서, 인간의 힘을 넘는 매우 강한 동물을 뜻하는데 홉스는 국가를 이에 비유했다. 국가에 통치와 질서를 보장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주면, 국가는 그 절대권력으로 국민의 삶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탄생은 양자 간의 암묵적 계약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국가가 제시하는 법과 규칙을 성실하게 지키며 살아가는 이유도 개인의 생존과 더 나은 삶을 누리고자 하는 통찰에 있다.

성서에 나오는 바다 괴물 레이바탄의 모습은 딱딱한 비늘에 덮인 거대한 뱀 또는 악어와 유사한 모습이다. 등에는 방패와 같은 돌기가 일렬로 늘어서 있으며 코에서는 연기, 입에서는 불을 내뿜는다. 또한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에 눈앞을 통과하는 데 사흘이 걸린다는 이야기도 있다. 반면, 책 표지에 있는 왕관을 쓰고 거대한 사람의 형상을 한 리바이어던의 몸은 작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연기와 불 대신에 칼과 주교의 지팡이를 들고 있다. 그 칼은 분명 모두 안정과 평화를 위해 휘둘러질 것이다.
정치는 스포츠가 아니다. 재밌고 짜릿한 경험보다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가 목적이어야 한다. ‘내 편’과 ‘네 편’이 아니고 ‘우리의 편’이어야 한다. 지금부터 기록될 새로운 정치는 분열보다는 사회 통합과 안전이 우선이기를 기대해 본다.
황은혜 기억과 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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