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의, 탄소중립·에너지 정책 세미나 개최
- "에너지 사업 30년…탄소중립 인식 바꿔야"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탄소중립'에 대해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금의 탄소 중립 그리고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인센티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태원 회장은 AI(인공지능)를 이용한 다양한 활용방안도 제시했다.
최태원 회장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2024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세미나'에서 "저는 30년 이상 에너지 사업을 해 왔다"며 "한국에서 에너지 사업을 해서는 전 세계 메이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나가서 자원 개발을 열심히 해봤지만 상당한 한계를 느꼈다"며 "탄소중립은 분명 하기 싫은 숙제지만 오히려 새로운 기회"라고 강조했다.
탄소중립은 '하기 싫은 것'이 아닌, 미래 산업이 우리에게 주는 기회 중 하나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
최태원 회장은 "에너지는 누구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우리는 룰을 만드는 게 아닌 룰을 받는 존재"라며 "이걸 바꿔야 하는데 탄소중립은 오히려 산업을 바꿀 수 있고 에너지를 무기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아프리카 국가들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점을 들었다.
최태원 회장은 "많은 햇빛과 넓은 땅을 갖고 석탄도 많은, 이런 곳에서 우리가 기술로 승부해 태양광 발전을 하면 어떨까"라며 "아프리카에서 (자원을) 수소로 전환해서 이것을 유럽에 파는 식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미래에 길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개했다.
또한 "AI디지털센터의 경우 에너지가 추가로 많이 들어가서 기후에는 나쁜 시그널이지만, AI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인센티브를 통해 탄소중립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최태원 회장은 "어차피 석탄, 화력발전을 없앨 수는 없고 이걸 줄이게 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원자력은 탄소배출 정도에 따라 점수를 달리 주면 된다"고 제안했다.
송전원의 경우 "지금처럼 중앙송전망에 의존하도록 하면 안 된다. 분산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분산하면 살고 있는 동네나 쓰는 패턴에 따라 전기값이 달라지는데 이를 AI에 접목시키면 전력 낭비를 덜 하고 에너지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은 "탄소중립은 무조건 당위성을 갖고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경제성과 당위성을 어떻게 적절하게 조합하는지가 숙제"라며 "국민의식도 탄소중립이 필요하다고 전환돼야 시장이 바뀌고, 시장이 바뀌어야 기업도 해야 하는 일이 되고, 잘하게 되면 좋은 일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규제 형태가 아닌 자율화, 시장화 하고 현재 행해지는 '사전 지원'을 '사후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태원 회장은 "사전적 지원은 탄소를 줄이는데 얼만큼 기여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사후적으로 분명하게 결과치를 냈을때 어떤 지원을 주겠다고 약속하는 게 더 좋다. 이렇게 되면 인센티브를 얻기 위한 투자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은 "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하면 10년 후 현금을 가져간다고 할 수도 있고, 10년 후가 아니라 중간에 주는거면 NFT나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도 있다"며 "10년 후 정산이 끝나는 블록체인에 모여서 아이디어를 짜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자리나 투자가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사후적 지원을 위해 누가 얼마나 줄였냐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10년 후 어느 정도의 결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이 체계가 잘 만들어진다면 대한민국은 에너지 강국이 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세미나는 '탄소중립, 꼭 해야 하나요'를 주제로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 국회, 기업,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주요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에 참가한 전문가들 역시 탄소중립은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 문제가 됐다는 점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행 시점을 두고는 당장 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실성 있는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또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 확대 사이에서 의견이 나뉘었다.
조흥종 단국대 교수는 '한국 탄소중립 이행 과정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AI 등장에 따른 데이터센터 등의 폭발적 전력소비량 증가에 대비하고 국내 반도체·자동차·철강 등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전력 공급이 핵심"이라며 "산업 부문에서 기업의 탄소감축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탄소 감축 제품의 가격차별화를 위한 프리미엄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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