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즌 초반 SSG 마운드의 핵심은 5년 차 좌완 김건우(23)다. 이숭용 감독은 미치 화이트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생긴 마운드 공백을 김건우를 중간에서 최대한 활용해 메울 생각이다.
시범경기만 해도 김건우는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시범경기 7이닝 1실점으로 내용과 결과 모두 경쟁자 중 가장 돋보였다. 그런데도 이 감독은 김건우에게 선발이 아닌 불펜 역할을 맡겼다. 김건우가 중간에서 전천후로 뛰어준다면 선발 로테이션을 돌 때보다 쓰임새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화이트가 빠지면서 긴 이닝을 책임져 줄 선발이 부족해졌고, 그런 만큼 불펜에서 버텨줄 자원 또한 더 필요해졌다는 계산이다.
이 감독은 “화이트가 오기 전까지는 건우가 마운드 핵심이다. 일단은 ‘원 플러스 원’ 개념으로 선발 바로 다음에 붙이려고 한다. 화이트가 돌아오면 선발로도 고민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선발에 들어가도록 만들겠다. 충분히 자질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과거 ‘삼성 왕조’ 시절의 차우찬을 언급했다. 2010년대 초반 삼성에서 차우찬은 롱맨으로 시작해 선발까지 소화했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 구멍이 나면 제일 먼저 달려가 메웠다. 이 감독이 김건우에게 기대하는 것도 그런 역할이다.
큰 역할을 맡은 김건우도 한껏 마음이 부풀고 있다. 2021년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1군에서 시즌 개막은커녕 시범경기조차 경험해보지 못했다. 1~2년 차에는 기량도 부족했고, 시즌 초반 페이스도 올리지 못했다. 3년 차 되던 2023년 1월 상무 입대해 지난해 7월 제대했다.
김건우는 “상무에서 구위가 많이 좋아진 거 같다. 같이 입대한 삼성 김무신 형, 저희 팀 김택형 형이나 후임으로 들어온 NC 구창모 형, KT 배제성 형, LG 이정용 형 같은 다른 좋은 투수들한테도 많은 걸 배웠다”고 말했다.
자기 공에 자신이 있어야 타자와 정면으로 맞붙어 이길 수 있다는 말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불펜에서 최대한 버텨줘야 하는 지금의 김건우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투구 수를 아껴야 하고, 그러려면 타자와 정면 승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김건우는 “감독님께서도 ‘중간으로 나가면 네 공을 던지는 게 1번이다. 스트라이크 많이 잡고, 빨리빨리 승부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김건우는 지난 22일 인천 홈에서 두산을 상대로 시즌 개막전 등판했다. 6회 2사 주자 없는 편안한 상황에 나왔는데, 결과도 내용도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두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고 교체됐다. 타자와 정면으로 싸워 이긴다는 각오대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이날 김건우의 공을 받은 포수 이지영은 “너무 긴장해서 그런데 괜찮다. 그렇게 1경기가 2경기 되고, 3경기가 되면서 좋아질 거다”라고 후배를 독려했다. 시즌 첫 등판은 아쉬웠지만, SSG 마운드에서 김건우가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