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믿었던 자리에서 초반 균열이 생겼다.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지난 주말 KT-한화의 개막 2연전에서는 ‘뒷문’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해 20세이브 이상을 수확한 마무리를 보유한 KT와 한화지만, 나란히 불안감을 노출했다.
KT는 2경기 연속 경기 중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22일에는 2-1로 리드한 7회 선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구원한 김민수가 집중 3안타로 무너지며 역전을 허용했다. KT는 원상현을 올려 급한 불을 껐지만, 다시 리드를 되찾지 못했다.
이번 시즌 강력한 세이브왕 후보로 거론된 KT 박영현의 첫 출발도 좋지 않았다. 박영현은 23일 경기에서 4-3으로 리드한 9회 등판해 한화 노시환에게 동점 솔로포를 허용했다. 박영현은 2023년 홀드왕(32개)에 오른 뒤 마무리로 나선 지난해 25세이브(10승2패) 평균자책 3.52를 기록하며 단숨에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평가받았다. 시즌 첫 등판에서 첫 타자에게 홈런을 맞은 박영현은 연장까지 2이닝(1실점)을 책임지고 물러났는데, 2안타 2볼넷 1폭투 등 내용이 좋지 않았다. 시즌 초반이지만 이강철 KT 감독의 불펜 운영에 고민을 안겨줄 수 있는 지점이다.
지난해 23세이브(8승4패 2홀드 평균자책 2.65)를 올린 한화 마무리 주현상도 불안하게 출발했다. 주현상은 2023시즌 12홀드(2승2패 평균자책 1.96)를 따내고, 2024시즌 풀타임 마무리로 나서 가치를 증명했다. 한화 불펜조에서 가장 확실한 카드지만, 출발이 꼬였다. 23일 경기에서 주현상은 4-4이던 11회말 한승혁이 볼넷과 내야땅볼로 1사 2루에 몰리자 마운드에 올랐다. 쉽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아웃카운트 하나도 추가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주현상은 첫 타자 천성호를 사구로 내보냈고, 다음 배정대에겐 끝내기 2루타를 맞았다.
첫 세이브를 따낸 전날 개막전에서도 투구 내용은 다소 불안했다. 주현상은 팀이 4-2로 리드한 9회말 등판해 첫 타자 김상수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허용하며 쫓겼다. 다음타자 강백호에게도 중전안타를 맞아 동점 위기까지 몰렸다. 다행히 대주자 안치영의 도루를 잡아내면서 멜 로하스 주니어를 삼진 처리해 한숨을 돌렸고, 이후 안정감을 찾은 주현상은 허경민을 우익수 뜬 공으로 잡아 경기를 마무리했다.

마무리 김택연, 셋업맨 이영하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보유한 두산 ‘뒷문’도 상황이 좋지 않다. 데뷔 시즌이던 지난해 60경기(62이닝)에 등판해 고졸 신인투수 최다인 19세이브(3승2패 4홀드 평균자책 2.08)를 올린 김택연은 ‘포스트 오승환’으로 평가받는 유망주다. 불펜 전천후 자원으로 중용되는 이영하는 구위만 놓고 보면 마무리나 다름없다.
그러나 둘을 받쳐줄 카드가 아직 ‘미완’으로 남았다. 핵심 불펜 자원이었던 김강률(FA LG행), 정철원(롯데 트레이드)이 나간 자리도 구멍으로 남았다. 필승조로 활약한 최지강은 스프링캠프에서 결막염으로 전열을 이탈해 4월초에나 합류 예정이다. 지난 시즌 65경기에 등판해 4승3패 9홀드 11세이브 평균자책 2.73을 기록한 정상급 셋업맨 우완 홍건희는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왼쪽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 3선발 곽빈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필승조로 쓰려 했던 우완 사이드암 최원준도 선발에 포함시킨 상황. 22일 SSG전에서는 이영하 마저 1이닝 1안타(홈런) 2볼넷 2실점으로 무너지며 고민이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