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가 끝난 후 그라운드에 SSG 선수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이들이 바라보는 곳은 한 곳이었다. 방송 중계 인터뷰를 하고 있던 투수 김건우였다.
이날 김건우는 ‘인생투’를 펼쳤다. 김건우는 4.1이닝 1볼넷 7삼진 무실점 역투를 했다.
선발 투수 박종훈이 3.2이닝 1안타 4볼넷 3삼진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되자 마운드에 오른 김건우는 롯데에게 단 하나의 안타도 내주지 않고 호투했다.
김건우의 호투로 0-2로 뒤처져있던 SSG는 역전에 성공했고 5-2로 승리하며 위닝시리즈를 작성했다.
김건우 개인적으로는 데뷔 첫 승리를 올렸다. 제물포고를 졸업한 뒤 2021년 1차 지명으로 SK(현 SSG)의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에 입문한 김건우는 지난해까지 1군 통산 기록이 8경기밖에 되지 않았던 투수였다. 그마저도 2022년 7월6일 롯데전이 마지막이었다. 2023년 1월에는 상무에 입대했고 지난해 7월에 제대했다.
올시즌에는 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했지만 불펜의 역할을 맡았다. 이숭용 SSG 감독이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됐을 때 긴 이닝을 소화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김건우는 사령탑이 원했던 피칭을 했다. 선발 투수가 아니었음에도 제 피칭을 한 김건우는 고대하던 첫 승리도 올렸다.
동료들은 모두 김건우의 방송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물과 로진을 쏟아부었다. 김건우는 기꺼이 축하를 받아들였다.
더그아웃에서는 조병현 등 후배 투수들이 박수로 마음을 표했고 주장 김광현은 김건우와 뜨거운 포옹을 했다.

경기 후 김건우는 “첫 승리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마운드에서는 전혀 승리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팀이 어떻게든 이길 수 있게 이끌어야겠다라는 마음 뿐이었다. 절대 분위기는 넘겨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좋은 투구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호투를 펼쳤지만 올시즌 첫 경기에서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지난 22일 두산전에서는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아내지 못하고 볼넷 2개만 내주고 강판됐다.
김건우는 “그날은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했다. 너무 긴장이 많이 됐기 때문에 좋은 투구가 안 나왔다. 빨리 만회하고 싶었는데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사실 5선발 자리를 꿰차지 못했지만 김건우는 이숭용 감독이 칭찬을 아끼지 않는 투수다. 그는 “그전에는 타자에게 안 맞으려고 모든 공을 승부하고자하는 생각으로 삼진을 잡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한다. 그냥 타자 배트에 맞아서 아웃 타구가 나오면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내 공을 포수 미트에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동료들의 축하를 격하게 받은 탓에 “귀가 잘 안들린다”고 말하며 웃은 김건우는 “5선발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아쉬움은 없었다. 나는 중간에서 분위기 안 뺏기게 잘하는 선수가 되려고 한다”고 밝혔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시작이다. 김건우는 “좀 오래 걸린 것 같지만 앞으로 더 많이 쌓을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야구하면서 오늘 경기를 가장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광현 선배가 안아줄 때에는 정말 감동이었고 뭉클했다. 우상으로 바라봤던 선배가 같은 팀에서 야구하고 승리도 축하해줘서 너무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