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원태인(25)은 코끝이 빨개진 채로 더그아웃을 들어왔다.
29일 삼성과 두산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은 저녁이 되자 3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추웠다. 오전부터 진눈깨비가 내렸고 기온이 뚝 떨어진 상태에서 경기가 열렸다.
원태인은 “너무 추웠다. 외로운 싸움이었다”라며 웃었다. 그는 “한국시리즈보다 더 추웠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야구를 오랜만에 해봤다‘고 말했다.
이날은 원태인의 올시즌 첫 등판이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도중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마쳤던 원태인은 천천히 시즌 개막 준비를 했고 이날이 되어서야 1군 마운드에 올랐다.
경기 전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의 투구수를 80개 정도로 예상하고 5이닝까지 피칭을 하게끔 하려고 했다.
그리고 원태인은 정해진 조건 속에서 자신의 피칭을 선보였다. 5이닝 3안타 1볼넷 4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3회까지 무사히 경기를 잘 풀어나가던 원태인은 4회에 실점했다.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2루타를 내주면서 위기에 빠졌다. 이어 강승호와 8구째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준 원태인은 제이크 케이브에게 중전 안타를 내주며 이날 경기의 첫 실점을 했다. 이어 양의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점수와 맞바꿨다. 양석환 역시 우익수 플라이아웃시킨 원태인은 박준영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해 실점을 최소화하며 이닝을 끝냈다.
추운 날씨에서 피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 구속이 150㎞까지 나왔다. 직구(37개), 체인지업(19개), 슬라이더(18개), 커브(4개)를 섞어 던지며 첫 단추를 잘 뀄다.
하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0-2의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7회 대거 8득점하는 등 대량 득점이 나오면서 팀이 13-2로 승리했다.
원태인은 자신의 피칭에 대해 “투구수 제한이 있어서 그 개수 안에서 5이닝을 소화하고 싶었는데 잘 마무리하고 내려온 것 같아서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스스로의 피칭에 대해 “너무 만족한다”고 평했다. 그는 “날씨가 너무 추워서 그렇게 세게 던지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안 다치는게 우선이라서 힘이 안 드는 피칭을 하려고 올라갔는데 생각보다 구속이 너무 잘 나오더라. 150㎞ 나오겠다고 생각했는데 딱 나왔다. 시즌 첫 경기부터 150㎞ 던진 적이 없는데 생각보다 구속이 빨리 올라와서 기분 좋게 생각한다. 올시즌이 기대가 된다”고 만족해했다.
원태인은 이날 등판 전에 퓨처스리그에서 단 한 경기만 던지고 왔다. 스프링캠프에서도 실전 경기를 치른 적이 없었다. 스스로도 “경기 감각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며 “1회를 잘 넘기고 나니까 2회부터는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아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4회 실점 상황에 대해서는 “김재환 선수에게 2루타야 맞을 수 있는데 그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게 오늘의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라면서도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팀 3연패의 부담감도 있었지만 다행히 타선이 덜어줬다. 원태인은 “매 시즌 연패를 끊으러 올라가야하는 역할을 했어서 당연히 내가 해야될 위치라고 생각을 했었다. 부담감 보다는 책임감이 더 있었다. 팀 분위기가 좀 가라앉는 느낌이라서 반전하고 싶었는데, 타자들이 잘 해 준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내려오고나서 역전이 되는 걸 보고 지난해에 타선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지 않았나”라며 “역전해서 내 패전을 면해주니까 기분은 좋았다”며 웃었다.
다음 등판 때에는 투구수를 올릴 예정이다. 원태인은 “5회째에는 힘이 떨어지는게 느껴지더라. 공이 잘 가다보니 조금 오버 페이스로 던진 것도 있다. 던지는 체력만 조금 더 올라온다면 좋아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