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시기 주체성을 잃어야 했던 민족의 경험과 잃어버린 자존 회복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이수인)이 4일 오후 7시 30분과 5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132회 정기공연 ‘어둠상자’를 선보인다.
이강백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작품은 대한제국 말기 황실 사진 한 장을 둘러싼 100여 년의 여정을 그린다.
‘어둠상자’는 고종 황제가 미국 대통령의 딸에게 하사한 사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황실 사진사 김규진이 촬영한 이 사진은 미국으로 건너간 후 종적을 감추고, 고종은 이를 회수해 파기하라는 마지막 밀명을 내린다. 이후 4대에 걸친 후손들이 사진을 찾아 나서며 격동의 역사를 관통하는 과정이 긴박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다. 식민지 시기를 거치며 주체성을 잃어야 했던 민족의 경험을 한 장의 사진에 빗대어 풀어낸다.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존을 되찾는 과정인 것이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전주시립극단이 꺼내든 2024 우수레퍼토리 앵콜공연으로 객석은 다시금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강백 작가는 한국 연극계에서 ‘알레고리의 대가’로 불린다. 이번 작품에서도 우화적 요소를 가미해 역사적 사실을 날카롭게 재조명하며, 시대와 사회를 풍자하는 독특한 연극적 색채를 선보인다. 그의 작품 세계가 집약된 ‘어둠상자’는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묻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공연의 무대 연출은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대는 이야기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도구로, 관객들이 장면 전환 속에서 작품의 맥락을 더욱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다.
이수인 연출은 “광복 80주년을 맞는 올해 이 작품을 다시 올리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지나온 쓰린 역사를 돌이켜 보면서 건강하고 아량 넘치고 자신감 가득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그려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티켓은 R석 2만 원, S석 1만 5천 원으로, 다양한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예매는 나루컬쳐(www.naruculture.com)를 통해 가능하다.
김미진 기자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