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발생한 미국 텍사스주 홍수로 수백명이 실종되고 사망한 가운데, 피해 지역과 인접한 마을은 지난해 경보 시스템을 신설해 인명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지난 4일 텍사스주 중부 커 카운티를 덮친 폭우 피해로 현재까지 111명이 사망하고 172명이 실종 상태다. 희생자 가운데는 이 지역 '캠프 미스틱'에 참가한 여아 등 어린이 30명도 포함됐다.
지난 4일 텍사스주 중부 내륙 산지인 커 카운티에서 샌안토니오 쪽으로 흐르는 과달루페 강 일대에는 단시간 쏟아진 집중 호우로 강물이 범람해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힐 컨트리는 '돌발 홍수 골목'이라고 불린다. 이 곳에 폭우가 쏟아지면 언덕 사이로 물이 빠르게 모여 단숨에 과달루페강 수위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별명을 붙일 만큼 홍수의 위험성이 높은 지역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커 카운티와 맞댄 컴포트 지역은 지난해 경보 사이렌을 새롭게 도입했다. 이 지역 또한 과달루페강 하류에서 약 32km 떨어져 있어 홍수 발생시 침수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컴포트 소방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보용 사이렌 추가 설치를 알리고, 기존 사이렌보다 더 큰 소리를 내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위험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홍수 경보가 발령된 뒤 특정 수위에 도달하면 사이렌이 자동으로 3분 동안 울리게 된다.
컴포트 자원봉사 소방서의 부소방서장 대니 모랄레스는 NBC에 “사람들은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즉시 대피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커 카운티 역시 지난 2016년부터 사이렌을 포함한 경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예산 문제와 소음 피해 우려라는 반대 의견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관련 회의록에 따르면 한 공무원은 강화된 경보 시스템을 “커 카운티에서는 사치스러운 시스템”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이렌 한 대를 추가 설치하는 데 약 100만 달러(약 14억원)의 비용이 든다. 처음 경보 시스템을 제안한 톰 모저 전 커 카운티 위원은 “카운티가 자체적으로 실행한 자금이 부족해 연방 비상 관리 기관에 재난 구호 보조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결국 커 카운티는 사이렌을 울려 마을사람에게 경고하는 대신, 홍수 발생 사실을 상류에서 하류로 '입소문'으로 전하는 시스템에 의존해야 했다. 전문가들이 이번 사고에서 경보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다.
뉴욕주 기상 위험 커뮤니케이션 센터 소장인 닉 바실은 “위험한 날씨에 대한 데이터가 더 많아졌다고 해서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시스템 부재에 아쉬움을 전했다.
텍사스주를 대표하는 테드 크루즈 연방 상원의원 역시 “우리가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대피했을 것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라며 “특히 가장 취약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 즉 물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어린아이들을 더 높은 지대로 데려갔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