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심부전 환자의 유일한 희망 '인공심장수술' 국내 첫 200건

2024-12-26

삼성서울병원이 국내 최초로 인공심장이라 불리는 좌심실보조장치(LVAD·Left Ventricular Assist Device) 수술 200건을 돌파했다. 심장이식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중증 심부전 환자 치료에서 LVAD가 게임체인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26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심부전을 앓았던 30대 남성 A씨가 지난달 중순 조양현 심장외과 교수로부터 LVAD 삽입 수술을 받고 우수한 경과를 보였다. 주치의인 김다래 순환기내과 교수가 최근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A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결과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안정적이었다. A씨는 삼성서울병원에서 LVAD 삽입 수술을 통해 '제2의 심장'을 얻은 200번째 환자가 됐다.

흔히 인공심장이라고 부르는 LVAD는 지난 2018년 10월 건강보험 적용을 계기로 전국 각 병원에서 활발히 삽입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심부전은 심장에 구조적 또는 기능적 이상이 생겨 신체조직에 필요한 만큼 혈액을 충분히 짜내지 못하는 질환군을 통칭한다. 말기 심부전으로 심장이식을 기다리기 어렵거나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 LVAD 수술이 유일한 희망이다.

대한심부전학회가 올해 발간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 0.77%에서 2020년 2.58%로 증가했다. 심부전에 따른 사망도 2002년 인구 10만명당 3.0명에서 2020년 15.6명으로 5배 이상 뛰었다. 반면 심장이식은 2019년 194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2년 165건으로 내려앉았다. 심장이식이 꼭 필요한 환자들이 많아졌으나 저출산, 고령화 영향으로 뇌사 기증자가 감소한 탓이다. LVAD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2012년 국내 첫 수술을 시행했고 2016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인공심장 클리닉을 개설했다. 2020년에는 최신 인공심장 모델인 하트메이트3 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시행한 LVAD 수술 202건을 분석한 최신 결과에 따르면 생존 퇴원율 95%, 3년 생존율 80%로 집계됐다. 심장이식 후 생존율과도 크게 차이 나지않는 수준이다.

병원 관계자는 “중증 심부전 환자 치료는 수술 이전과 이후의 철저히 관리와 환자·의료진 간의 긴밀한 협력이 치료 성패를 좌우한다”며 “수술 200건 달성을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고 치료 전 주기에 걸쳐 보다 체계적이고 고도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심장뇌혈관병원 중증심부전팀은 다학제 진료를 바탕으로 인공심장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심장외과 성기익, 양지혁, 조양현 교수가 심장이식과 인공심장 수술을 전담하고 순환기내과 최진오, 양정훈, 김다래 교수가 심부전의 진단과 약물치료, 심장이식, 인공심장 및 에크모 환자의 관리 등을 맡아 최적의 진단과 치료를 제공한다.

중증심부전팀장을 맡고 있는 최진오 교수는 “LVAD 수술 200건 달성은 국내 의료진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는 성과”라며 “중증 심부전 치료의 접근성과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와 관리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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