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의료기관에서 과다하게 진료받는 '의료쇼핑' 환자 중 가장 많은 병원에 다니는 집단이 20, 30대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의료쇼핑=고령층'으로 알려졌으나 일부 젊은 층도 만만찮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2022년 150회 이상 외래 진료를 다닌 의료쇼핑 환자가 18만 827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480명은 365회 넘게 다녔다.
심평원은 150~365회 방문자 10만 6640명을 연령·질병 별로 분석했다. 다만 상급종합병원 환자는 제외했는데, 암·심장병 등의 중증환자가 많은 점을 고려했다. 70대 이상이 6만 1129명으로 가장 많다. 20대 752명, 30대 1655명으로 전체의 2.3%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방문한 병원은 가장 많았다. 20, 30대(2407명) 환자 한 명이 평균 13곳의 병원에 다녔다. 전 연령대 평균(11곳)보다 많다. 40~60대는 각각 11곳이다. 70대 이상은 10곳이다.
부산의 한 30대 환자는 2022년 10개 의료기관을 돌며 물리치료를 받았다. 289일 병원에 다녔고, 857회 물리치료를 받았다. 휴일·일요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안마 받듯 다녔다. 요추 염좌(근육막이나 인대 손상) 및 긴장 233회, 무릎 염좌 및 긴장 215회, 외측 복사(발목)의 골절 175회, 경추 염좌 및 긴장 112회 물리치료를 받았다. 모두 근골격계 질환이다.
이 환자는 하루 평균 세 곳을 돌았고, 어떤 날은 네 곳을 다녔다. 마취통증의학과의원, 한의원, 정형외과의원을 돌았다. 세 곳에서 표층 열치료, 간섭파 전류치료(ICT), 심층 열치료 등 비슷한 진료를 받았다. 한의원에서는 경피적외선 치료를 받았다.
다른 30대 환자는 116곳의 병·의원을 361회 다녔다.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물리 치료와 침을 맞았고 위궤양 치료를 받았다. 이 환자는 매번 거의 다른 데를 다녔다. 어떤 20대 환자는 101곳의 병·의원을 361회 다녔다. 휴일 빼고 거의 매일 진료를 받았다.
박정혜 심평원 심사운영실장은 "고령자보다 20, 30대가 더 많은 곳을 다녀 놀랐다"며 "20, 30대는 기동력이 좋아서 의료기관에 가는 게 상대적으로 쉬워 여러 군데 다니고, 고령층은 몇 군데를 정해 놓고 집중적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쇼핑을 하는 20, 30대 환자의 1위 질병은 등 통증이다. 쉽게 말하면 근골격계 질환이나 근육통이 대부분이다. 50대 이상은 젊은 층과 달리 등통증 다음으로 무릎 관절 치료가 많다.
박 실장은 "근본 치료가 중요한데 보조적인 물리치료를 과다하게 받으면 몸에 좋을 리 없다"고 우려했다. 심평원은 물리치료 과다 이용자가 실손보험을 활용해 도수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환자의 과다 이용을 막을 방법이 없다. 지난 7월 365일 초과하면 진료비의 90%를 부담하게 강화했지만 365일 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게다가 하루에 여러 군데를 다녀도 의료기관이 알 길이 없다. 실시간 체크 제도가 절실하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이 대안을 냈다. 안 의원은 17일 진료 단계에서 환자의 진료 내역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근거를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안 의원은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다니며 동일한 치료를 반복적으로 이용해도 실시간으로 진료 내역을 입력하거나 연계하는 체계가 없어 진료 단계에서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