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AI경제 청사진과 적기조례

2025-01-19

'챗GPT'개발사인 오픈AI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인공지능(AI) 경제 청사진'으로 불리는 15페이지의 문서를 발표했다. 해당 문서에는 미국이 AI 기술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이유와 그 방법에 대한 오픈AI의 제안이 담겨있다.

오픈AI는 미국이 AI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반도체, 데이터, 에너지, 인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픈AI는 현재의 AI 상황을 과거 자동차의 발명에 비유했다. 유럽은 자동차를 처음 발명했다. 그러나 영국은 '적기조례'로 불리는 붉은 깃발법과 같은 규제로 인해 경쟁국에 비해 자동차 산업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당시 보행자나 마차의 안전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자동차 앞에서 걷도록 강제했고, 사실상 도심 내에선 3.2 km/h의 속도로 주행할 수 밖에 없게 했다. 차량의 운행 속도를 제한하면서 영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크게 저해했다.

반면 미국은 자동차 산업를 비롯한 다양한 민간 부문의 비전과 혁신을 지원했다. 새로운 기술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오히려 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강국 반열로 올라서는 계기를 만들었다. 위기의 순간에서 '민간 신기술'과 정부의 '큰 비전과 행동'이 만나 '큰 기회'를 만든 것이다.

AI 부문에서는 올해 기술적으로 AI 에이전트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트럼프 행정부 2기를 비롯해 글로벌 정책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자동차가 인간의 이동과 산업화를 혁신했던 것처럼 AI 역시 새로운 경제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불러일으킨 정도의 새로운 경제 파급효과는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한국 모두 이에 대한 준비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픈AI CEO인 샘 알트먼은 친(親) 민주당 성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적처럼 미국 내 불필요한 규제와 관료주의의 문제에 대해 크게 공감하며 AI 발전을 위해 반도체, 데이터센터, 발전소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AI 발전과 적용의 경제효과, 잠재적 위협을 고려할 때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상황을 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5일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AI기본법'의 하위법령 제정을 위한 정비단을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민관 합동 협의체 구성을 통한 가이드라인이 6월까지 만들어질 계획이다. 시행령 초안을 마련하면 관계 부처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칠 예정이다.

AI기본법 하위법령은 국내외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국내 AI 기업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벤처, 스타트업들로부터 그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AI 경제 청사진'을 깊이 청취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AI법이 사실상 규제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은 적기조례와 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단순한 규제 정비나 구체화에 그치지 않고, 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정책이 필요하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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