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에서 애플망고를 생산하는 김희수씨(55·매전면)는 지난해 일조량 부족으로 상품성이 저하되는 등 생산에 애를 먹었다. 같은 피해를 본 다른 원예작물은 농작물재해보험을 통해 일정 정도 보상을 받았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다. 애플망고는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남 보성군 득량면에서 바나나를재배하는 한재윤씨(65)도 마찬가지다. 한씨는 “재해보험에 들게 해달라고 여기저기 관계기관을 찾아갔지만 허사였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하면서 내륙지역에서도 애플망고·백향과·무화과·바나나·만감류 등 아열대작물 재배가 늘고 있지만, 이상기후를 포함한 각종 재해로부터 작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공적인 보상이 없어 재배농가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아열대작물 재배농가는 2338곳, 면적은 4126㏊로 집계됐다. 2018년 1644곳·314㏊에 견줘 1.42배·13배 늘었다. 이 중 황금향·한라봉 등 만감류만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이다. 그 외에 최근 들어 재배가 늘어나고 있는 망고·애플망고·바나나·백향과 등 과수와 공심채·삼채 등 채소류는 대상 품목이 아니다.
문제는 아열대작물도 기존 원예작물과 동일하게 이상기후의 영향을 피해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김씨 같은 아열대작물 재배농가는 자동화시설을 갖춘 시설하우스나 스마트팜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시설투자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아 재해를 봤을 때 부담이 더 크다. 아열대작물을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경북 안동에서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김기만씨(61)는 “아열대작물도 각종 재해로부터 피해를 보상받는 제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아열대작물이 재해보험 대상이 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NH농협손해보험에 따르면 아열대작물은 재배농가수가 많지 않고, 대부분 직거래로 생산물을 판매하다 보니 표준 거래 가격, 생산량 등 지표가 없어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에 포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이 되기 위해선 도매시장 거래 가격이나 생산량 등 표준 지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열대작물의 경우 대부분 농가가 소비자와 직거래하거나 학교급식 등에 납품하면서 생산량이나 가격과 관련한 공식적인 데이터가 대부분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으로 지정되기 위해선 광역 또는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주산지 위주로 보험 대상 품목을 추가해야 한다는 건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지자체 건의도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재해보험 대상이 되기 위해선 지자체별로 대상 품목에 대한 의견서를 받은 후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이를 검토해 도입을 결정한다”면서 “아직까지 아열대작물을 대상으로 포함하겠다는 건의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가들은 영농 안정성과 재배 품목 다변화를 위해선 아열대작물도 농작물재해보험 대상 품목으로 포함시키는 등 공적 부조 형태의 보장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희수씨는 “일조량 부족, 저온 및 고온 피해 등 기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아열대 작물도 농작물 재해보험 대상에 포함시켜 재배농가들의 안정적인 영농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만씨도 “이상기후와 지구온난화 등 변화하는 기후에 발맞춰 재배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농작물 재배·생산 안전판 역할을 하는 농작물재해보험 대상에 아열대작물을 하루빨리 포함시켜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안동·청도=유건연 기자 sower@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