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러시아 간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논의가 공회전하는 가운데 러시아를 방문한 중국 외교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역닉슨 전략’을 비판적으로 언급하며 중·러관계에 이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외교부와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왕 주임은 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의 회담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왕 주임에게 “러시아와 중국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계에 강력한 신호를 계속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중국은 오는 5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러시아 전승절 기념 방문을 준비 중이며 “양국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 주임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공개된 리아 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영원히 친구“라며 “미·러관계의 개선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닉슨’ 전략은 국제 정치의 ‘거래주의’ 뿐만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대립과 블록화(진영화)된 사고의 재발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왕 주임의 러시아 방문은 미국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 논의가 중·러관계에 미칠 영향을 두고 논쟁이 분분한 가운데 이뤄졌다. 미국 정계 일각에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근본적으로 중앙아시아 패권을 두고 다투는 사이이며 중·러 밀착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일시적 결합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종전과 대러제재 해제로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를 개선해 중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발상은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데탕트 정책과 미·중수교로 소련을 고립시켰던 외교 정책에 빗대 ‘역닉슨 전략’ 또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이름을 딴 ‘역키신저 전략’이라고 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자연스럽지 않다”며 미국은 “(중·러) 양국이 함께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닉슨 전략에 관해서는 닉슨 시대의 중·소관계와 현재의 중·러관계가 완전히 달라 실현되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국과 소련은 1960년대 중후반 국경분쟁을 거치며 사이가 벌어졌고 중국에서는 소련에 대한 반감이 컸다. 반면 현재 러시아에서는 2014년 크름반도 침공 이후 시작된 서방의 제재로 인해 서방에 대한 반감이 더욱 크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노선이 미국 사회에서 초당적으로 지지받지 못하는 것도 러시아가 중국과 멀어지며 미국과 친밀해질 모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이유로 꼽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논의 역시 풀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 30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에 매우 화가 난 상태라며 휴전이 무산될 경우 한 달 안에 러시아산 석유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미국과 우크라이나인가 제안한 ‘30일간 휴전’을 사실상 거부하고 추가 협상 끝에 30일간 에너지·인프라 분야 공격 중단에만 동의했다. 미국이 연일 관세와 방위비 문제로 유럽을 압박하면서 대러제재 해제 동의를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왕 주임의 방문을 두고 중국이 ‘역닉슨 전략’을 신경 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친모 대만 탐강대 교수는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유럽과 미국에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러시아가 미국과 너무 가까워져 미국이 대중 협상 카드를 추가하는 것도 막으려 한다”고 연합조보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