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전작권 환수론의 역설

2025-04-01

작전통제권은 한 나라의 군사주권을 상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용어 대신 ‘전시에 군대의 작전을 지휘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하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이라는 용어를 흔히 쓴다. 이는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가 작전통제권 환수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음에도, 공약 실천 과정에서 작전통제권 환수를 꺼리는 분위기에 밀려 궁여지책으로 작전통제권을 전시와 평시로 나누면서 나온 말이다. 무언가 환수했다는 명분을 찾기 위해 평시작전통제권이라는 말을 만들었고 1994년 12월 한미연합사로부터 이를 되찾아왔다. 그러나 작전통제권의 요체가 전쟁 발발에 대비하는 것인 만큼 평시작전통제권 환수는 빛 좋은 개살구만도 못하다. 정작 전작권 환수가 중요한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많은 이들이 자주 국가로서 군사주권의 온전한 행사를 위한 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추구해왔다.

우리의 작전통제권(작전지휘권)은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1950년 7월14일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넘긴 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미국이 전쟁이 끝나고도 작전통제권을 되돌려주지 않은 이유는 한국군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국군의 북진을 막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당시 휴전을 반대한 이 대통령이 국군을 지휘해 단독 북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작전통제권을 돌려주지 않았다.

1972년 2월 닉슨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인 중국 방문을 통해 미·중 데탕트 시대를 열었다. 이때 닉슨은 저우언라이 총리와의 회담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중국 측에 미·중 양국이 각각 남북한에 호전적인 태도를 절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부통령 시절인 1953년 11월(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직후) 이승만 대통령을 만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던 장면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북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나는 그에게 한국군은 북진할 수 없으며, 만약 북진한다면 미국은 그를 돕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전달해야 하는 불편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이승만이 내 말을 듣고 고함을 친 기억이 난다. 내가 이승만의 북진을 막은 사람이었다. 물론 나는 부통령으로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대리인이었다.” 이처럼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론이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환수를 가로막았다. 그 뒤 한국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통해 선진 민주국가로 성장하고 한국군은 강군으로 거듭났으나 전작권 부재의 상황은 여전했으며 많은 이들이 그 환수를 추구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윤석열이라는 비문명적이며 야만적인 국군통수권자를 만나서 전작권 환수가 늦어지는 현실에 오히려 안도하는 역설을 맞고 있다. 작년 5월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국군의 대북 확성기 재개로 시작해 평양 무인기 침투 등 12·3 내란 직전까지 계속된 일촉즉발의 남북 갈등 상황을 위태롭게 지켜보면서 그나마 윤석열에게 전작권이 없다는 사실에 다소의 안도감을 느낀 이가 나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12·3 내란 사건 뒤 그 진상이 꽤 밝혀졌지만, 북한에 먼저 시비를 걸며 도발을 유도하려 했던 윤석열에게 전작권이 주어졌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렀을지 상상조차 두렵다.

우리는 간난의 민주화 투쟁을 통해 선진 민주공화국을 건설해 오면서 이제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전쟁 도발도 서슴지 않는 ‘정신병자’ 정도는 걸러낼 수 있는 민주적 선거제도와 정치문화, 사법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을 경험하면서 그런 믿음이 얼마나 순진한지 깨달았다. 또 12·3 내란 이후 지난 4개월의 여정에서 윤석열과 같은 극우 파시스트를 지지하는 세력과 반동적 흐름이 사회 곳곳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목격하면서 정상적인 전작권 행사가 가능한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권력 안위와 국민의 생명·안전을 바꾸는 윤석열과 같은 국군통수권자가 다시는 출현할 수 없도록 민주공화국을 보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독버섯처럼 자라는 극우 파시스트 세력에 맞서서 민주공화정을 지켜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진보, 보수를 넘어서 합리적 민주 세력이 단합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며 이를 통해 민주·평화·공정이 구현된 정치문화와 법적 제도를 발전시켜 가야 한다. 그래야 전작권 환수를 열망하던 우리가 오히려 전작권이 미군에 있음에 안도했던 이 비극적 상황의 재연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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