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존에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에 ‘에너지·광물 협정문’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자원 부국과의 광물 탐사·개발·유통 협력을 통해 공급망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때 상호 이익을 증진하는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기체결된 FTA 협정에 ‘에너지·광물 협정문’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현행 FTA 조항의 에너지·광물 관련 조항을 검토한 뒤 추가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 관계자는 “양자 통상 협정을 활용해 상대국과 함께 탐사·개발하거나 핵심 광물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는 모델 케이스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재협상 대상으로는 한-페루·한-아세안,한-캐나다 FTA 등이 거론된다. 모두 석탄·철광석과 같은 전통적인 광물은 물론 리튬이나 희토류 매장량도 상당한 국가들이다. 연구 기간을 5개월로 설정했기 때문에 이르면 상반기 중 FTA 협정을 활용한 공급망 강화 방안의 윤곽이 잡힐 예정이다.
광물·에너지 협정은 향후 트럼프 정부와의 통상 협상에서도 중요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첨단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68%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생산국이다.
이렇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광물 개발과 공급망 안보 강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서명한 ‘미국 에너지 생산 확대’ 행정명령에는 광물 주권을 되찾기 위한 항목이 대거 포함됐다. 외국 광물 생산 과정에서 강제 노동 등의 착취적 관행이 없는지 살피고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의 핵심광물 생산·제련 사업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 가능성도 검토하라는 내용이다.
마침 한국도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을 제정하고 공급망안정화기금 예산을 2배 늘리는 등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국 홀로 33종의 핵심 광물 전체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미국과 협력해 공동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개발과 교수는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 공급망도 블록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요 동맹국과 함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의 자원 개발에 협력하고 미국산 광물을 수입하는 것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투자는 늘고 대미 무역 수지 흑자 폭은 줄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부는 트럼프 정부의 흑자 축소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수출 규모를 줄일 수는 없는 일”이라며 “미국과 한국 모두에 이익되는 방식을 찾아갈 생각”이라며 수입 확대를 시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