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삼성화재배는 다음 달 8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열흘간의 32강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삼성화재배를 들어 올릴 영광의 주인공은 11월 17일 또는 18일(결승 3국이 열릴 경우) 결정된다.
삼성화재배는 올해 30주년을 맞아 달라진 모습을 선보인다. 개막식·시상식을 포함한 본선 전 일정을 제주도의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진행한다. 특히 11월 16일 열릴 예정인 결승 1국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글라스하우스’에서 치른다. 대회 기간에 공개해설, 프로기사 사인회, 지도 대국 등 바둑 팬을 위한 이벤트도 열린다. 무엇보다 바둑 팬이 궁금해하는 건 지난 2년간 중국에 빼앗겼던 삼성화재배를 되찾아올 수 있느냐다. 2025 삼성화재배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공개한다.
인해전술을 막아라

2025 삼성화재배 본선 진출자는 모두 32명이다. 32강에 오른 선수를 국가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 10명, 중국 18명, 일본 2명, 대만 1명, 베트남 1명. 올해도 한국 선수들은 중국의 인해전술과 맞서야 한다.
중국 선수가 한국 선수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중국 성적이 월등했다. 삼성화재배는 이전 대회 4강 진출자에게 전기 대회 시드를 부여하는데, 그 네 장을 모두 중국이 가져갔다. 중국은 지난해 삼성화재배 4강을 싹쓸이했다.
통합예선 결과도 중국이 크게 앞섰다. 올해 삼성화재배는 지난 8월 모두 381명이 참가한 가운데 통합예선전을 진행했다. 예선전 결과, 중국은 11명이 본선 진출에 성공했으나 한국은 김지석·박상진·목진석 3명만 예선을 통과했다. 이들 중에서 일반조를 통과한 건 김지석·박상진뿐이다. 목진석 9단은 45세 이상 선수만 출전하는 시니어조에서 살아남았다.
올해 삼성화재배 본선에 진출한 32명 가운데 13명이 메이저 세계대회에서 1회 이상 우승한 챔피언이다. 신진서, 박정환, 강동윤, 변상일, 김지석, 신민준, 딩하오, 왕싱하오, 당이페이, 스웨, 양딩신, 양카이원, 탄샤오. 이번 삼성화재배도 이들 중 한 명이 우승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까지 한국은 삼성화재배에서 모두 14회 우승했고, 중국은 13회 우승했다. 중국이 한 번만 더 우승하면 동률이 된다. 최근 기세는 당연히 중국 쪽이다. 지난 두 번의 삼성화재배를 모두 중국이 가져갔다. 32강전 대진표는 8일 개막식 직후 진행되는 대진 추첨에서 결정된다.
신진서와 그 적들

이 시대 어디에서 어느 바둑대회가 열리든,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의 이름은 달라지지 않는다. 올해 삼성화재배도 우승 0순위는 자타공인 세계 일인자 신진서(25) 9단이다. 올해 신진서의 성적은 10월 11일 현재 59전 52승 7패, 승률 88.1%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예년보다 대국 수를 크게 줄였다. 그래도 국제 대회에서 두 차례(난양배, 쏘팔코사놀배), 국내 대회(명인전, GS칼텍스배, 하나은행 바둑 슈퍼매치)에서 세 차례 우승했다. 현재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란커배도 결승에 진출했다.
역대 삼성화재배에서 신진서는 모두 세 번 결승에 올랐다. 2020년부터 3년 연속 결승전에 진출해 2022년 한 번 우승했다. 2023년과 2024년에는 8강에서 탈락했다. 두 대회 모두 개막 직전 감기에 시달렸다. 신진서에게 올해 삼성화재배에 임하는 자세를 물었다.
“삼성화재배는 3년 연속 결승을 가기도 했지만 아픈 기억도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선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요즘 삼성화재배에서 중·중전 결승이 많이 나와 올해는 결승까지 꼭 갈 수 있도록 많이 준비할 생각입니다.”


신진서가 경계해야 할 두 선수를 꼽는다면 현재 중국 랭킹 1, 2위에 올라 있는 왕싱하오(21) 9단과 딩하오(25) 9단이다. 왕싱하오는 ‘03허우(03后·2003년 이후 출생자)’ 중 선두주자로 꼽힌다. 전형적인 천재형 기사로, 자유분방하며 예리하다. 올해 들어 기량이 절정에 올랐다는 평이다. 제1회 북해신역배 우승을 비롯해 올해 세계대회 결승에 세 번 진출했다. 이 중 한 번을 신진서와 만났고, 0대 2으로 패했다(난양배). 신진서와의 역대 전적은 1승 4패다.
신진서와 동갑내기인 딩하오는 삼성화재배에서 유난히 강하다. 2023, 2024년 2연패를 달성했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8강에서 신진서를 꺾었다. 치밀하고 끈기 있는 바둑을 둔다. 특히 후반에 무섭다. 신진서와의 상대 전적은 4승 11패로 크게 밀린다.
신진서와 함께 란커배 결승에 오른 당이페이(31) 9단, 중국 랭킹 3위 양딩신(27) 9단도 우승 후보로 손색이 없다. 한국 선수로는 올 2월 LG배에서 우승한 변상일(28) 9단, 내년 초 열리는 LG배 결승에 진출한 신민준(26) 9단의 선전을 기대한다. 일본은 지난해 응씨배 우승자 이치리키 료(28) 9단이 일본 국내 기전 일정으로 불참한 게 아쉽다.
삼성화재배 인 제주

삼성화재배는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세계대회다.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가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우승 상금은 3억원, 총상금 규모는 7억8000만원이다. 2025년은 삼성화재배 30주년이자 중앙일보 창간 6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삼성화재배 본선 전 일정을 제주도의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진행한다. 이전에는 경기도 고양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본선 일정을 소화했다.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일정
통합예선 : 8월 19∼24일(총 381명 참가)
개막식 : 11월 8일
본선 32강전 : 11월 9일
본선 16강전 : 11월 10∼11일
본선 8강전 : 11월 12∼13일
본선 4강전 : 11월 14∼15일
결승 3번기 : 11월 16∼18일(1승 1패일 경우 18일 결승 최종전)
시상식 : 결승 최종국 직후
※개막식·시상식, 본선 전 경기 제주도 휘닉스 아일랜드에서 진행
삼성화재배는 본선 방식이 다른 메이저 세계대회와 다르다. 다른 세계대회는 본선 일정을 분산해서 진행하는데, 삼성화재배는 32강전부터 결승전까지 본선 전 경기를 내리 한 장소에서 치른다. 하여 장기간 합숙생활이 불가피하다. 세계 최강 프로기사가 한 장소에서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이런저런 추억이 쌓인다. 프로기사들이 국적 불문하고 삼성화재배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올해 삼성화재배가 열리는 휘닉스 아일랜드는 성산일출봉이 훤히 보이는 제주도 동쪽 모서리 섭지코지에 있다. 프리미엄 가족형 리조트로, 다양한 편의 시설과 문화 시설을 갖췄다. 특히 결승 1국이 열리는 글라스하우스는 휘닉스 아일랜드의 랜드 마크와 같은 건물이다. 동쪽을 향해 양팔을 벌린 듯한 모습의 이 건축물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평소에는 베이커리 카페로 쓰이고 있다.
삼성화재배 기간에 다양한 이벤트도 열린다. 주요 경기 공개해설, 프로기사 사인회, 지도 대국 함께 오목 대회, 알까기 같은 아이들을 위한 행사도 진행된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삼성화재배 여행상품도 운용된다.
한국관광공사 이현진 중국팀장은 “올해 삼성화재배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바둑과 제주도를 모두 갖춘 체육관광 콘텐트”라며 “중국 지사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 중”이라고 말했다. 신진서도 올해 삼성화재배가 제주도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고 소감을 전했다.
“제가 삼성화재 연수원을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연수원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30주년을 맞이해서 제주도에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좋은 기운을 받아 잘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