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지난달 21일 단독 처리…정부, 지난 6일 접수
접수 후 15일 내 거부권 행사해야…21일 데드라인
정부, 17일 국무회의 예정…거부권 행사 여부 주목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조항을 담은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을 비롯한 이른바 '농업4법'에 대해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어 한덕수 권한대행이 어떤 선택을 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은 만큼 국정운영을 안정화하겠다는 목표다. 오는 17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는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양곡법 등 농업 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 본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정했다. 이날 표결 결과 재적 의원의 3분의 2 이상인 204명 찬성이 나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다.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였다.
이로써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호칭과 경호 등 대통령 신분은 유지되지만,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의 권한은 행사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은 같은 날 오후 7시24분께 정지됐다. 이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약 2시간 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맡게 됐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통과되면서 농업 4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1일 국회 농해수위에서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이른바 '농업 4법'을 단독 처리했다.
이중 양곡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본회의에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2차 양곡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지만,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당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야당의 입법에 강하게 반발하며 양곡법 등 농업 4법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놨다. 그는 '농업 4법'을 '농망(농업을 망치는) 4법'이라고 부르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을 접수한 날로부터 15일 이내 그 법률안을 거부할 수 있다. 만약 대통령이 법률안을 거부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법률로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접수는 관련 법률안이 주무부처에 이송된 날을 기준으로 한다. 농식품부는 지난 6일 농업 4법 개정안을 국회로부터 통지받았다. 향후 농식품부가 농업 4법에 대해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수 있는 건 오는 21일까지다. 지금 시각으로부터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통상 재의 요구는 국무회의를 거쳐 건의되는데,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마다 열린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탄핵 가결로 한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은 만큼 오는 17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한 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고건 총리가 사면법 개정안 등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있다. 농식품부도 정부 의지만 있다면 17일 국무회의가 아닌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농업 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건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법 개정안은 국가의 재정부담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쌀 과잉생산을 유발한다"며 "이대로 농업 4법을 시행하는 건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양곡법을 중심으로 농업 4법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알리겠다"면서도 "17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농업 4법에 대한 거부권 건의를 안건으로 상정할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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