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명을 태우고 태국 방콕을 출발해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외벽을 충돌하면서 탑승객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국적기로는 2013년 아시아나 항공기가 미국 샌프란시코공항에서 착륙 중 방파제에 충돌해 3명이 사망한 이후 11년 만에 발생한 대형 사고다. 국내 공항 사고로는 2002년 김해공항 인근 돗대산(표고 204m)과 충돌해 129명이 사망한 중국국제항공 추락사고 이후 22년 만이다. 이번 사고는 조사를 해봐야 원인을 알 수 있겠지만 착륙 전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경보를 보냈고, 1분 뒤 조종사가 조난신호를 선언한 것을 고려하여 조류 충돌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까지 사고 원인을 예단해서는 안 되지만 관제탑에서 사고기에 조류 충돌을 경고했고, 탑승객이 가족에게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는 카카오톡을 보냈다는 점에서 조류 충돌이 있었고,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착륙을 하다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항공기가 300㎞ 속도로 착륙할 때 몸무게 900g의 새와 충돌할 때 순간 충격이 4.8t에 달해 조류 충돌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가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팬 블레이드가 파손돼 화재가 발생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랜딩기어의 작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조류 충돌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으나 지난 2009년 US 에어웨이즈 1549편이 착륙 전 철새와 충돌해 양쪽 엔진이 파손, 허드슨 강에 비상 착수한 사례가 있다. 문제는 국내 공항에서도 조류 충돌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지방공항에서 559건의 조류 충돌이 있었다. 이 중 김해공항이 147건으로 가장 많다. 인근에 을숙도, 김해 화포천, 창원 주남저수지 등 철새 도래지가 많아서 조류 충돌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활주로별 전담인력 4명으로는 조류 충돌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공항 안전관리 현황을 점검하고 조류 충돌 대응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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