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구속 얘기 없다” 알려준 경찰 아빠…무죄에서 유죄로, 왜?

2025-08-01

자신이 소속된 경찰서에서 수사 받게 된 아들에게 검사 수사지휘서 내용을 알려준 경찰관이 1·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수사지휘서상 구속 등 신병 처리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정보 전달이 그 자체로 공무상비밀누설인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1·2심 모두 무죄를 받았으나 대법원은 이 중 공무상비밀누설 무죄 판결은 “원심이 ‘직무상 비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했다.

A씨는 경기의 한 경찰서에서 청문감사관으로 재직하던 2020년 5월 자신의 아들이 고소된 사기 사건이 접수되자 수사과 수사지원팀 행정관에게 사건 기록과 검사 수사 지휘서를 요청해 받아냈다. 아들로부터 “고소인이 네이버 카페에 자신(아들)이 곧 구속된다는 글을 올렸다”는 걱정을 들은 뒤였다.

청문감사관실에서 자료를 살펴본 A씨는 구속 등 신병에 관한 수사지휘 내용이 없는 것을 확인했고 같은 날 아들에게 전화해 “고소인이 카페에 올린 글처럼 구속영장이 발부되지도 않았고 검사 지휘내용에도 구속 이야기가 없어 구속될 일은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된 후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주장했지만, 2022년 11월 1심은 모두 무죄 선고했다. 직권남용의 경우 “개인적인 부탁의 형식이지 청문감사관으로서의 직무의 외관을 가진 것은 아니다”며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피고소인이 아들인 점을 미리 밝혔고, 행정관 역시 통상의 청문감사관 업무가 아닌 점을 알았다는 정황에서다.

비밀누설에 대해서도 1심 재판부는 “검사 수사지휘서에는 ‘피의자들과 고소인 중 희망자에 한해 심리 생리검사를 시행하라’ 등 내용에 불과하다”며 “신병에 대한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이를 확인한 A씨가 ‘구속에 대해서 얘기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는 정도라면, 이는 수사상황을 누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2심에서도 유지됐던 무죄는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직권남용이 무죄라는 판단은 동의하면서도 공무상비밀누설을 무죄로 한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검사가 신병처리에 관한 수사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검사가 A씨 아들에 대한 구속수사를 고려하고 있는지 등을 충분히 추단할 수 있는 정보”라면서다.

재판부는 신병 처리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정보만으로도 “외부에 알려질 경우, 수사기관에서 현재 범죄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 얼마나 무겁게 여기고 있는지 추측하고 그에 맞춰 수사에 대응하는 등의 방법으로 범죄수사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수사지휘서 내용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A씨 소속 경찰서가 아들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해당 수사지휘서 내용을 확인한 다음 그 내용을 알려준 것은 그 자체로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훼손함으로써 적정한 형벌권 실현에 지장이 생길 우려도 있다”며 “원심 중 공무상비밀누설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환송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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