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빗썸과 제휴를 맺은 KB국민은행의 비대면 고객이 빠르게 늘어 ‘빗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아직 원화 입출금 은행 전환까지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국민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계좌 오픈에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
20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13일 빗썸과의 제휴 소식이 알려진 후 16일까지 4일간 비대면 가입 건수는 2만 3225건으로 그 이전인 7~10일의 가입 건수 8286건에 비해 180.3% 증가했다. 비대면 계좌 오픈이 급증하면서 지난주 한 주(13~17일)간 새로 개설된 요구불예금 계좌는 5만 5116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만 1000명이 넘는 고객이 새로 계좌를 만든 것이다. 통상 일일 신규 계좌 개설 규모인 3000~4000건의 세 배가 넘는 가입자들이 몰렸다.
새 계좌 오픈이 급증한 것은 빗썸과의 제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이날부터 원화 입출금 은행 전환 사전 등록을 받고 3월 24일 오전 11시부터는 기존 NH농협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입출금 은행을 전환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계좌가 없는 기존 이용자가 빗썸에 돈을 추가로 예치하거나 빗썸에 있던 예치금을 은행 계좌로 인출하려면 국민은행에서 새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빗썸의 예치금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9327억 원으로 1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민은행은 이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 등을 통해 운용할 방침이다. 아울러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 고객을 흡수해 미래 고객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최근 금융 당국을 중심으로 법인 가상자산 실명계좌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점도 국민은행과 빗썸의 파트너십에 긍정적인 측면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연초부터 국내 2위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을 맺으며 국민은행의 ‘임베디드 전략’이 적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은행은 빗썸 이외에도 스타벅스, 삼성금융 모니모와 제휴 협약을 체결하며 저원가성 예금 확보와 수수료 수익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RWA) 증가가 수반되는 대출 자산 확대 대신 저원가성 예금 확보, 비이자이익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민은행은 빗썸과의 제휴를 통해 고객과 접촉면을 넓혀 자금 조달과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