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상업화 아직 제한적… 정책 속도보다 검증이 먼저
부산 이전은 조건일 뿐… 실효성은 데이터와 국제협력에 달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지구 온난화로 북극 해빙이 줄어들면서 북극항로가 다시 국제 해운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북극항로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관련 사업과 연구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계획도 이러한 전략적 구상과 맞물려 정책 실행력을 높일 계기로 제시된다. 그러나 북극항로는 짧아진 거리 이상의 복잡한 리스크를 동반한다. 기회와 위험을 모두 직시해야 정책의 밑그림이 현실성을 갖출 수 있다.
북극항로는 전통적 수에즈 루트보다 운항 거리를 줄일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잠재력을 지닌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화물 운송에서도 루트 다변화를 가능하게 해 국가 물류 경쟁력과 산업 구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가 시범 운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산업적 파급 효과도 크다. 극지 운항 선박과 내빙선 기술 수요가 늘면 조선업과 기자재 산업의 새로운 수주 기회가 생긴다. 부산의 항만 인프라와 환적 기능은 북극항로 연계 물류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기반이 된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이러한 전략을 산업 생태계와 실험적 프로젝트로 연결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북극항로 상업화의 현실은 복잡하다. 우선 접근성 자체가 계절적이다. 연중 운항은 불가능하며 극한 기상과 해빙 조건은 높은 보험료와 운항비를 요구한다. 사고 발생 시 대응 체계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북극 생태계의 민감성은 환경 리스크를 한층 더 크게 만든다. 글로벌 선사들이 북극항로를 장기적 전략이 아닌 보조적 옵션 정도로만 평가하는 이유다.
지정학적 변수는 더 어렵다. 북동항로는 상당 부분이 러시아 관할 해역을 지나며 통항 허가와 요금 체계가 러시아의 정책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서방 제재와 외교적 긴장까지 감안하면 안정적인 루트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통계에서도 국제적 대량 컨테이너가 전통 항로를 대체한 사례는 아직 제한적이다. 최근 트래픽 증가 역시 러시아 LNG 중심의 내수 흐름이 대부분이다. 화물량 증가와 국제 루트 전환은 별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부산 이전 전략의 실효성 관건은 ‘연결’
해수부 부산 이전은 정책 집행의 현장성이라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그것이 곧 북극항로 전략의 자동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 허브로 기능하려면 산업계 연구기관 항만공사 등과의 네트워크를 촘촘히 연결하는 실행 구조가 필요하다. 조직 재배치와 인력 이동 과정에서 행정 공백이 발생하면 오히려 정책 추진의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즉 부산 이전은 북극항로 전략의 ‘조건’일 뿐 ‘해결책’은 아니다. 실행력은 지역과 중앙 정부 산업계가 만들어낼 실제 정책 설계에 달렸다. 올바른 정책적 방향뿐만 아니라 신중한 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먼저 시범 운항 기반의 데이터 축적이 필수다. 계절별 운항 가능 기간 운항비와 보험료 변동 사고 및 정비 비용 등을 정밀하게 분석해 중장기 투자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지정학 리스크 완화를 위한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러시아와의 통항 규정 협의뿐 아니라 북극 이사회 등 다자 채널을 활용한 안전 환경 기준 설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환경 보호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원주민 공동체와 북극 생태계 영향평가는 국제 기준에 맞춰야 하며 사고 대응체계 구축은 필수다.
여기에 더해 부산과 국가 단위 전략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묶어야 한다. 항만 인프라 투자 우선순위 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강화 계획을 분명히 제시해야 북극항로 전략이 일관성을 갖는다.
북극항로는 미래 성장 축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도 그 전략을 산업 현장과 연결할 기회다. 그러나 기대만큼 리스크도 크다. 정책의 출발점은 속도가 아니라 준비다. 충분한 데이터 국제협력 환경 안전 원칙이 뒷받침돼야만 기회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북극항로 전략은 장기전이다. 낙관이나 비관이 아니라 냉정한 분석과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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