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배제되면 우리도 불참”… 유로비전에 경고한 독일

2025-10-06

메르츠 총리, ‘독일은 이스라엘 편’ 확고히 해

최근 소원해진 관계 딛고 화해의 손길 내밀어

“독일 내 유대인 어린이, 공포 없이 자라나야”

유럽 지역 가수들의 대중음악 경연 대회인 ‘유로비전 송 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에 이스라엘이 참여하는 문제를 놓고 유럽이 분열할 조짐마저 엿보이는 가운데 독일이 ‘만약 이스라엘을 배제한다면 독일은 유로비전을 보이콧할 것’이란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유럽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 규모도 제일 큰 독일의 이 같은 태도는 유로비전을 주관하는 유럽방송연맹(EBU)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가자 지구 전쟁 때문에 이스라엘과 다소 소원해진 독일이 전통적 맹방인 이스라엘에 다시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독일 공영방송 ARD와 인터뷰를 했다. 진행자는 2026년 5월 예정된 유로비전 경연에 스페인,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상당수 유럽 국가가 불참 움직임을 보이는 현실을 거론했다. 이들 국가의 공영방송은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학살하는 이스라엘이 유로비전에 대표팀을 내보내면 우리는 대회 자체를 보이콧할 것’이란 방침을 내비친 바 있다.

이에 메르츠는 “만약 이스라엘이 경연에서 제외된다면 독일은 우리 대표팀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이스라엘의 유로비전 참여를 지지한다”고 단언한 메르츠는 “이런 문제가 논의된다는 것 자체가 스캔들”이라며 개탄했다. 이어 “이스라엘도 유럽에 속해 있다”고 덧붙였다.

1956년 시작한 유로비전 경연은 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이던 2020년 한 해 건너뛴 것을 제외하곤 매년 행사를 열어 2026년 5월이면 70회를 맞는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70회 대회를 앞두고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대회 참여 포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가자 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상대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저지르는 이스라엘은 경연 참가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연을 주관하는 EBU 안팎에선 자칫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독일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최근까지 70년 넘게 이스라엘의 최고 우방국을 자처해 왔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자행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흑역사 때문이다. 유대인 약 600만명이 나치 강제수용소 등에서 희생된 것을 참회하는 의미에서 역대 독일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스라엘의 대외 정책을 적극 지지해 왔다.

하지만 2023년 10월 7일 시작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2년 가까이 지속되고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 지구를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으로 어린이와 여성을 비롯해 팔레스타인 주민 6만6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참극이 벌어지자 독일 시민들은 물론 정부도 이스라엘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메르츠 내각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맹비난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독일의 무기 수출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메르츠의 발언은 독일에 서운함을 느끼는 네타냐후 및 이스라엘 국민을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의 처지를 이해하고 가급적 도우려는 독일의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음을 알리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메르츠는 이날 인터뷰 도중 “독일에 있는 유대인들, 특히 어린이들이 두려움 없이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가자 지구 전쟁 장기화에 따라 독일 사회에서 반(反)이스라엘·반유대인 목소리가 커지고 유대인을 겨냥한 범죄가 증가하는 현실에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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