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배소현(31)이 단독 다승왕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배소현은 8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올드코스(파72·6771야드)에서 열린 SK텔레콤·SK쉴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2언더파 공동 6위를 기록했다.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연달아 샷 실수가 나와 2타를 잃었지만, 상위권을 지키면서 최종전 우승 청신호를 밝혔다.
배소현은 2011년 프로로 전환했지만, 오랫동안 2부 투어를 전전하다가 2017년에야 1부 투어 정회원이 됐다. 무명 생활은 계속돼 우승이 쉽사리 나오지 않으면서 어느새 30대 나이로 접어들었다.
배소현은 31살이 된 올해 마침내 꽃을 피웠다.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생애 처음 우승의 기쁨을 맛봤고, 8월 더헤븐 마스터즈과 9월 KG 레이디스 오픈을 연거푸 제패해 박지영, 박현경, 이예원과 함께 3승 반열을 이뤘다.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5위(252.19야드), 그린 적중률 7위(76.32%)가 말해주듯 타고난 장타와 정확한 아이언샷으로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날 경기 막판까지 4언더파를 달리다가 18번 홀에서 벙커샷이 짧게 떨어진 뒤 어프로치가 길게 향하면서 더블보기가 나온 배소현은 “후반 들어 3연속 버디가 나와 흐름이 좋았다. 그런데 마지막 홀에서 연속 샷 실수가 나와 아쉬웠다”고 멋쩍게 웃었다.
현재 배소현은 박지영, 박현경, 이예원과 공동 다승 1위를 기록 중이다. 최종전에서 우승하면 단독 다승왕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다. 이날 박현경이 자신과 같은 2언더파 공동 6위, 박지영과 이예원이 1언더파 공동 14위를 마크해 치열한 타이틀 경쟁을 예고했다.
배소현은 “주위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 의식이 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기회가 왔을 때 잡자’라는 생각은 했다. 그러나 우승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 만큼 경기에만 집중하면서 남은 이틀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배소현은 올 시즌 상금으로 8억1084만원을 벌어들였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2억5000만원으로 만약 정상을 밟는다면 10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게 된다. 지난해까지 무명 생활을 보냈던 배소현으로선 다승왕 타이틀만큼 뜻깊은 수확이다.
배소현은 “생각만 해도 좋다. 우승하면 다승왕과 함께 상금 10억원을 기록할 수 있다”고 웃었다. 이어 “그러나 그런 목표만 바라본다면 경기력이 흔들릴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놓고 결과를 기다리겠다. 특히 올드코스 그린이 공을 잘 받아주는 만큼 스코어를 줄일 수 있는 홀에서 버디를 노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1라운드에선 현세린이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여 단독선두를 달렸다. 이제영이 5언더파 2위, 안송이와 박민지, 한진선이 3언더파 공동 3위다. 올해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를 질주 중인 윤이나는 1오버파 공동 34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