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은 끝나지 않았다”···조정환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 인터뷰

2025-07-22

지난 6월3일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정부가 탄생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구속기소됐다. 새 정권이 출범하고 ‘내란수괴’가 재판에 넘겨졌으니 내란은 끝난 걸까.

21일 서울시 마포구 도서출판 갈무리 사무실에서 만난 조정환(69)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는 “내란은 아직 종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국가·자본·정당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향하는 이탈리아 철학자 안토니오 네그리의 자율주의 이론을 적극적으로 소개해온 이론가다.

“윤석열은 군사 쿠데타라는 폭력적 방식으로 내란을 시작했습니다. 이후에는 한동훈, 한덕수, 지귀연, 심우정, 조희대, 김문수 등을 내세워 제도를 통해 ‘내란 회로’를 돌리려고 했죠. 전한길이 김문수와 함께 국민의힘 당권을 가져간다면 ‘윤석열 없는 내란 권력’이 야당의 형태로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민주당을 빨갱이라고 지칭한 강준욱 같은 사람을 국민통합비서관에 임명하는 것은 ‘내란 제도화’의 길을 열어주는 실책이예요.(강준욱은 22일 자진사퇴했다) 내란이 끝나지 않고 형태를 바꿔가며 지속되는 이 같은 상황을 주시해야 합니다.”

조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3일부터 대선이 치러진 지난 6월3일까지 183일 동안 열린 광장의 집회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했다. 집회를 쫓아다니면서 누적된 피로 탓에 지난 4월에는 이가 세 개나 빠졌다. 최근 출간된 <빛의 혁명 183>은 그가 183일 동안 자신의 사유와 관찰을 일기처럼 기록한 글들을 묶은 책이다.

책에서 조 대표는 불법계엄을 ‘예외주의적 반동’이라고 규정했다. “신자유주의를 심화하는 정책들이 이 야당의 반대로 좌절되자 법치를 넘어서는 권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것이다. ‘예외’는 히틀러 독재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독일 법학자 카를 슈미트(1888~1985)의 개념이다. 슈미트는 권력자가 비상대권을 활용해 예외상황(계엄)을 창출함으로써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30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이 참석한 만찬에서 “헌법상 비상조치권, 비상대권을 써야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힘”인 주권이야말로 비상대권이며,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비상대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지난해 12월3일 시민들이 국회 앞으로 달려가 군인들의 국회 본회의장 침탈을 막아낸 것부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에 이르는 과정을 “헌법이 무력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이 정치의 직접적 주체로 등장하여 주권을 행사”한 사건으로 파악한다.

문제는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서 주권자 국민이 자신의 힘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대안은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개헌이다. 책에서 조 대표는 직접민주주의를 배의 평형을 유지하는 ‘평형수’에 비유하면서 “좌파나 진보가 대의 세계에서 제 몫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나라에 직접민주주의 평형수가 적정수준으로 차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 중심 개헌’의 대장정에 힘 있게 나서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취임 후 개헌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조 대표는 시민들이 개헌 논의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국회가 개헌안을 만들면 국민은 투표만 하도록 돼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민주당이 먼저 시민들에게 ‘참여해달라’고 할 리는 만무하고, 시민들이 참여해서 자기 생각을 주장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보통 개헌이라고 하면 권력 구조 개헌을 말하는데, 그것은 권력자들 사이의 파워게임일 뿐입니다. 그런 식의 개헌에 휩쓸리지 않고 최소한 국민발안제는 보장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쟁취해야 할 개헌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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