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축구, ‘비축구 관련 세계 사건’ 추모 중단 왜?

2025-11-06

잉글랜드 축구 당국이 앞으로 축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세계적 사건에 대해 경기 전 묵념이나 추모 행사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축구계가 국제적 참사나 분쟁, 테러 사건 등에 대한 추모 방식을 두고 논란을 거듭해온 끝에 내린 일종의 ‘정책 정리’로 평가된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잉글리시풋볼리그(EFL), 프리미어리그는 공동 성명을 통해 새 기구인 ‘세계 사건 대응 워킹그룹(World Events Working Group·WEWG)’을 출범시키고 앞으로 경기 전 추모 여부를 이 위원회가 판단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위원회는 자연재해, 테러, 전쟁 등과 같은 글로벌 이슈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건이 ‘축구와 실질적 관련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추모 여부를 결정한다. 잉글랜드 일간지 더 타임스는 “새 규정에 따라, 앞으로 경기 전 1분간 묵념은 축구계와 뚜렷한 연관이 있는 경우에만 허용된다”고 전했다.

이번 변화는 지난 몇 년간 추모 행사와 관련해 잉글랜드 축구계가 받았던 비판이 누적된 결과다. FA는 2023년 이스라엘 10월 7일 공격 사건 당시 웸블리 스타디움의 아치를 조명하지 않기로 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FA는 “앞으로 웸블리 조명은 스포츠 또는 엔터테인먼트 목적에 한정한다”고 설명했으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엔 아치를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밝혔던 전례가 있어 ‘이중 기준’ 비판이 제기됐다.

향후 개별 구단은 자체 판단에 따라 지역사회와 관련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추모 행사를 열 수 있게 된다. 지난 10월 맨체스터 유대교회 테러 사건 이후 리그 차원의 묵념은 없었지만, 볼턴, 솔퍼드, 맨체스터 시티, 맨유 등 일부 구단은 자체적으로 추모를 진행했다. FA는 이러한 사례처럼 ‘지역사회와 직접 연관된 사안’에 대해서는 구단 자율에 맡기겠다는 방침이다. 국가적 중요 사건은 정부가 별도의 지침을 내려 스포츠계 전체의 추모 방식을 조정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11월 ‘리멤브런스 선데이(Remembrance Sunday)’ 행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흑인역사월(Black History Month) 기간의 선수 주도 행동(예: 무릎 꿇기)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 축구의 틀 안에서 의미를 갖는 사건만을 기념한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한 것이다.

일부 팬들은 “축구가 사회적 연대의 장이라는 본질을 잃는 조치”라고 반발했지만, 다수의 구단 관계자들은 “정치적 편향 논란을 줄이고, 추모의 기준을 명확히 한 실용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한 프리미어리그 구단 관계자는 가디언에 “매번 어떤 사건은 추모하고, 어떤 사건은 외면한다는 비난이 반복돼 왔다. 이번 결정은 그 혼선을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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