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최전선의 한인들①
LV콘퍼런스 참석한 경찰가족
LAPD 소속 영 박·벤 박 형제
토론토 유일, 찰스·캐런 커플
가족이 같은 직업을 갖기는 쉽지 않다. 경찰과 같은 특수한 직종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형제, 부부가 경찰직에 근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 29일 ‘2024 한인 경찰 콘퍼런스(Korean Law Enforcement Conference)’〈본지 10월 29일자 A-1면〉에서 한인 경찰 가족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우애 좋은 한인 경찰 형제
300여명의 한인 경관이 LA경찰국(LAPD)에서 근무 중이다. 그중에 형제가 있다. 바로 영 박 LAPD 형사와 벤 박 한인경찰공무원협회(KALEO) 회장 겸 LAPD 리저브 오피서다. 박 회장은 이번 콘퍼런스를 기획한 당사자다.
2살 많은 형인 박 형사가 먼저 경관이 됐다. 그는 “동생의 소개로 LAPD를 알게 돼 지난 1997년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박 회장은 “형보다 먼저 경관이 되고 싶었는데 당시 하던 일을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며 “먼저 경관이 된 형이 부러웠다”고 언급했다. 박 회장은 지난 2007년 LAPD 리저브 오피서가 됐다. 그는 “1992년 폭동을 겪고 경관이 되길 원했다”며 “LAPD 리저브 오피서 제도를 알고 나서 40세 이전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형제가 경관이라서 좋은 점이 있다. 박 회장은 “경찰 일이 쉽지 않은데 형제가 서로 업무적으로 힘든 점을 이해해주고 공감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박 형사는 “경관으로서 먼저 경험한 사건에 대해 벤에게 얘기해주고, 그가 유사한 사건을 맡았을 때 유의해야 할 점들을 당부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단점도 있다. 박 회장은 “먼저 경관이 된 형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간섭을 많이 했다”며 “형이 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해 내가 출동하는 곳을 따라다니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박 형사는 진심으로 동생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비록 벤이 풀타임 경관이 아닐지라도 위험한 일 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동생이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하는 게 자랑스럽지만, 위험한 지역에서 일하는 것을 생각하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두 형제는 서로가 자랑스럽다. 박 회장은 “LAPD 내 한인 경찰 형제가 거의 없는데 형과 함께 LAPD 경관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 형사는 “벤이 한인 커뮤니티와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뿐만 아니라 KALEO를 조직해 한인 경관 커뮤니티를 만들고 키워나가는 게 대견하다”고 전했다.
▶ 토론토경찰국 유일의 경찰 부부
“사진도 찍어야 하나요?” 캐나다 최초 한인 여성 경관인 캐런 이 토론토경찰국 형사가 던진 첫 마디다. 그는 현재 기밀 업무를 수행 중인 관계로 사진 촬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형사는 지난 1998년 남편인 찰스 이 토론토경찰국 형사를 처음 만났다. 찰스 이 형사는 “당시 토론토경찰국에 한인 경관이 많았다”며 “한인 경관들끼리 어울리며 아내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내 커플에서 부부가 되기까지 이들 뒤에는 양가 부모의 지원이 있었다. 캐런 이 형사는 “경찰 업무가 어려운 일인데 이 업무를 이해해줄 수 있는 남편을 만났다는 사실에 부모님께서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찰스 이 형사도 “부모님이 아내가 경관이라는 사실을 반가워했다”며 “결혼을 적극 지지해주셨다”고 밝혔다.
경찰 부부의 장점은 바로 서로를 이해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캐런 이 형사는 “가장 가까운 우리 두 사람이 서로를 지지해주고 있다”며 “서로가 겪는 업무적 고충을 알고 이해해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단점도 있다. 찰스 이 형사는 “장시간 근무해야 하고, 또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가족 일정을 맞추기 어렵다”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육아 분담도 어려웠다”고 전했다.
위험이 뒤따르는 직업 특성상 두 사람은 서로가 걱정되지만, 동시에 서로를 믿고 있다. 캐런 이 형사는 “남편이 제시간에 집에 오지 않거나, 연락이 안 되면 걱정된다”며 “그래도 찰스가 실력 있는 경관임을 알고 또 그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찰스 이 형사도 “아내가 위험한 임무를 맡으면 당연히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캐런은 캐나다 최초의 한인 여성 경관이고 베테랑”이라며 “나 역시 캐런을 믿고 그의 동료들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글·사진=김경준, 정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