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을 되찾은 구창모(NC)가 ‘가을야구’에서 포효했다. 그리고 5년 만에 포스트시즌 두 번째 승리를 따냈다.
NC 토종 에이스 구창모는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와일드카드 결정(WC) 1차전 삼성과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산발 5피안타 3탈삼진 무 4사구 1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구창모는 이날 최고 구속이 시속 146㎞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완벽한 제구와 볼 배합으로 ‘사자굴’에서 막강 화력을 뽐내는 삼성 타자들을 무력화시켰다. 구창모의 투구수는 75개에 불과했다. 구창모의 실점은 4-0으로 앞선 5회말 2사 후 이성규에게 맞은 솔로 홈런 뿐이다.
2015년 NC에 입단한 구창모는 우수한 디셉션(구종을 속이는 동작)과 빠른 팔 스윙,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왼손 투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마다 부상에 시달렸다. 2020년 왼쪽 척골(팔꿈치 아래뼈) 수술을 받은 뒤 1년 이상의 세월을 재활로 날렸고, 2023년엔 왼쪽 어깨, 왼쪽 팔꿈치 근육, 왼쪽 전완부 척골을 차례대로 다쳤다.
이후 상무에 입대한 구창모는 재활 과정을 거친 뒤 올해 전역 후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 2.51의 성적을 거뒀다. 그는 복귀 후 한 번도 5이닝 이상을 책임지지 못했지만, NC는 가장 중요한 경기에 그를 선발로 내세웠다.

이번 시즌 50홈런-150타점을 기록하고 대구에서만 32개의 홈런을 폭발한 디아즈의 출루도 막아냈다.
타선도 구창모를 지원했다. 삼성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6.2이닝 9피안타 4실점)를 상대로 4점을 뽑았다. 1회초 안타 3개를 집중시켜 선취점을 뽑았고, 2회에는 2루타를 치고 나간 이우성을 희생번트와 내야땅볼로 불러 들였다. NC는 5회 포수 김형준의 솔로홈런에 2사 1·3루에서 맷 데이비슨의 적시 2루타로 쐐기점까지 뽑았다.
6회엔 1사에서 김성윤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으나 중심타자 구자욱과 르윈 디아즈를 다시 연속으로 내야 땅볼 처리하며 선발 임무를 마쳤다. NC 팬들은 마운드를 내려가는 구창모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냈다.
구창모는 팀이 4-1로 앞선 7회 김영규에게 공을 넘겼다. 구창모가 한 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책임진 건 2023년 5월 11일 KT전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9월에야 팀 마운드에 돌아온 구창모는 정규시즌에서는 네 차례만 마운드에 올랐고,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건 4.1이닝이었다. 구창모는 에이스답게 삼성의 중심 타자를 잡아내거나, 위기를 막을 때마다 평소보다 더 강한 제스처와 파이팅으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구창모는 2020년 11뭘23일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1778일 만에 ‘가을야구’ 승리를 따냈다. 구창모는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상금 100만원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