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시론] 송필경 논설위원
‘천한 사람의 경(經)’은 붓다(부처)의 말씀을 모은 『숫타니파타』란 경전에 있다. 브라만은 고대인도 카스트제도의 최고 계급인 성직자다. 왕(크샤트리아)보다 높은 계급이었다.
붓다가 탁발(걸식)하러 다니다가 불을 섬기는 어느 브라만의 집에 들렀다. 그때 마침 브라만은 신성한 불의 제식을 하고 있을 때였다. 주인 브라만이 붓다의 모습을 보고는 천한 욕을 냅다 질렀다.
“머리를 깍은 놈아! 거기 있거라! 엉터리 승려야! 거기 멈춰라. 천한 놈아! 거기 섰거라.”
그러자 붓다가 반문했다. “브라만이여! 도대체 당신은 어떤 사람이 참으로 천한 사람인지 알고나 있소? 또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소?”
브라만은 붓다의 말이 근사하고 조리가 있어 매무새를 고치고 교양인답게 물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천한 사람인지 말해 보시오. 나는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 조건을 모르오, 아무쪼록 사람을 천하게 만드는 조건을 알 수 있도록 그 이치를 말씀해 주시오.”
그러자 붓다는 “브라만이여, 그럼 주의해서 잘 들으시오. 내가 말하겠소”라며 브라만에게 천한 사람의 27가지 예를 들었다.(일부는 요즘 말로 바꾸고 많은 부분은 생략하겠다)
- 화를 내고 원한을 품으며 악독하고 시기심이 많고 소견이 그릇돼 속이길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 생명을 해치고 살아 있는 생명에 자비심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 독재자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 남의 것을 나의 것이라 하고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 (요즘 말로)주식을 약탈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 자신이나 남 때문에 또는 재산 때문에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 권력을 가지고 지인의 애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 유익한 충고를 구할 때 불리하도록 가르쳐주거나 불분명하게 일러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 천한 말을 뱉거나 나쁜 일을 하고서도 자기가 한 일을 모르기를 바라며, 그 일을 숨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 어리석음에 휩싸여 재산을 탐하고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 자기를 칭찬하고 타인을 경멸하며 스스로의 교만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 남을 화나게 하고 이기적이고 악의적이고 인색하고 거짓을 일삼고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십시오.
『숫타니파타』(전재성 번역. 2011. 한국빠알리성전협회)에서 주요 부분 인용.
그러고 나서 붓다는 인간판별에 가장 중요한 이 말씀을 덧붙였다.
“인간은 결코 그의 신분에 따라 천하거나 고귀하지는 않습니다. 인간을 천하거나 고귀하게 만드는 것은 신분이 아니라 그 자신의 행위입니다.”
이 말을 들은 최상층 신분의 브라만은 진심으로 붓다에 귀의해 제자가 되었다. 2,500여 년 전 붓다는 신분으로 고정해 인간을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에 따라 인간을 평가하라고 했다. 신분타파를 주장한 말씀이야말로 붓다의 가장 존엄한 혁명적 사상이다.
**
직무정지 상태인 대통령의 비서실장은 공수처가 아직도 대통령인 자를 마약갱단 다루듯 한다고 불평했다. 인간의 신분이 높다고 그저 고귀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행위에 따라 천하게도 된다.
장모의 통장위조, 처의 주가조작 등등을 보면 온 집안이 마약갱단보다 더 천하게 행동했다. 고로 이 천한 자를 마약갱단의 보스를 다루는 것보다 훨씬 더 엄혹하게 다뤄야 한다!
저작권자 © 건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