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아니 설마 LCD?”
전 세계적에서 1억4000만 대가 팔린 비디오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가 8년 만에 후속작 ‘닌텐도 스위치2’를 내놓는다. 그런데 소비자들 관심이 이례적으로 ‘디스플레이’에 쏠려 있다. 신제품에 탑재된 패널이 ‘액정표시장치(LCD)’인지 아니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일지 베일에 싸여 있어서다. 과거에 소비자들의 재구매를 유도한 닌텐도의 ‘급 나누기’ 전략이 이번에도 반복될 지 주목된다.
닌텐도 스위치2 출시 임박, 디스플레이 관심 집중 왜?
닌텐도는 지난 16일 공식 홈페이지에 ‘닌텐도 스위치2’ 출시 예고 영상을 올리며 신제품의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영상 속 공개된 제품 외형에선 전작보다 크기가 더 커진 것만 확인될 뿐 주요 사양은 나오지 않았다. 구체적인 사양과 향후 출시 일정은 오는 4월 2일 공개된다.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닌텐도 스위치의 최신 모델에는 OLED가 탑재돼 있다. 그런데 8년만에 나오는 후속 모델 ‘스위치2’에는 디스플레이 사양을 낮춘 LCD가 탑재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블룸버그는 지난해 1월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의 애널리스트인 히로시 하야세의 발언을 인용해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는 8인치 LCD 화면을 장착해서 출시될 것이다”고 보도했다.
디스플레이는 발광 방식에 따라 LCD와 OLED로 나뉘는데, 백라이트(Back Light)를 이용해 색을 표현하는 LCD와 달리 OLED는 자체 발광 소자를 사용하는 만큼 더 화사한 색감과 높은 명암비를 제공한다. OLED가 더 최신 기술이고 생산 단가가 높은 만큼 기업들은 보급형 제품에 LCD를, 고급형 제품에는 OLED를 탑재하는 식으로 차별화를 두기도 한다. 일례로 애플의 태블릿 제품인 아이패드는 프로 모델에만 OLED가 탑재된다.
지갑 두 번 열게 한 닌텐도 ‘급 나누기’ 이번에도?
닌텐도의 행보가 유독 주목받는 건 시간 차를 두고 디스플레이 부품을 바꿔 출시하는 ‘급 나누기’ 전략을 다시 구사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출시 초기에는 LCD 모델만 출시하고 이후 고급형 OLED 모델을 선보이며 추가적인 매출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엔가젯은 “디스플레이에 관해서는 상충되는 소문이 많다”면서도 “우선 비용 절감을 위해 표준 LCD가 탑재되고 향후 OLED나 미니LED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닌텐도는 2017년에 스위치 첫 모델을 LCD로 탑재해 출시한 뒤 2021년에 칩셋 성능은 그대로 유지한 채 화면 크기를 키우고 OLED를 탑재한 모델을 추가로 선보였다. 가격은 기존 모델(36만원)보다 높은 41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당시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기존의 일반 모델을 중고로 팔고 OLED 모델을 새로 구입하는 흐름이 나타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촉각… 대만 LCD vs 한국 OLED
디스플레이 부품 업계에서도 닌텐도의 전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1억4606만대에 이를 정도로 게임 부품 업계의 ‘큰손’이다. LCD 또는 OLED 탑재 여부에 따라 업체 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스위치 기본 모델에 탑재된 LCD 패널은 초기에 일본의 샤프와 재팬디스플레이(JDI)가 공급했으나 현재는 대만의 이노룩스와 AU옵트로닉스(AUO)가 함께 공급하고 있다.
현재 OLED 모델 스위치엔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이 탑재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닌텐도 스위치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1% 감소하는 등 출시 8년 차에 접어들면서 판매량이 줄고 있지만, 그만큼 후속 기종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커지고 있다. 스위치2가 곧바로 OLED 패널을 장착하고 출시된다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호재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