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이후 지난 100년 이상 세계 초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는 어디일까?” 라는 질문이 나온다면 누구나 미국을 떠올릴 것이다. 과거보다 위상이 추락한 측면이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경제·정치·군사·과학·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여전히 국제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초강대국이다. 세계 각국이 트럼프가 다시 미국의 47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매일 그의 말과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의 15개 중앙부처 중에서 ‘국민의 부서(The People’s Department)’라는 별칭이 붙은 부서는?”이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대다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민을 할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행정부서는 모두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답은 미 농무부(USDA)다.
미 농무부가 ‘국민의 부서’라는 별칭을 가지게 된 것은 1862년 미국의 1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비롯됐다. 1862년 3월 취임한 링컨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미국 주요 연방부서의 하나로 농무부를 설립했다. 3년 뒤 그가 암살되기 전 의회에 보낸 마지막 메시지에서 미 농무부를 ‘국민의 부서’라고 칭했다. 그 당시에는 미국인의 절반가량이 농장과 농촌에서 살았고, 지금과 달리 농업이 주요 산업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는 농업이 국가 발전과 번영의 초석임을 인식한 것이다.
미 농무부를 ‘국민의 부서’로 공식적으로 명명한 사람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으로 알려진다. 그는 1933년부터 12년간 미국의 32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대공황 시기의 경제 회복과 뉴딜 정책을 주도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농업이 단순히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전체 국민과 국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했다. 그는 대통령에 취임 후 농촌 경제의 회복과 농가의 소득 안정을 위해 1933년 최초의 종합 농업법인 농업조정법(AAA)을 제정했다. 농업조정법은 미국 농업과 농촌 경제 활력 유지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된 상징적인 법이자 현대 농업정책의 기초로서 농무부의 정책 영역을 확장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
이렇게 링컨과 루스벨트라는 걸출한 대통령들의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미국에서는 농업이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환경적·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지속적으로 확산해 왔다. 이는 농무부가 농업뿐만 아니라 자연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부서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금도 미 농무부는 농업과 농촌을 둘러싼 시대적 변화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하면서 의회가 일반적으로 5년마다 개정하는 농업법에 근거하여 단순히 농업 관련 부서에 머물지 않고 있다. 농업과 식품, 농식품 유통 및 안전, 교육과 연구, 국민 영양, 농업 통상, 농촌 개발, 천연자원과 환경, 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국민의 생활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국민의 부서’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번영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우리의 농림축산식품부를 미 농무부와 같이 ‘국민의 부서’ 반열에 올려줄 리더십 있는 대통령의 출현을 기대한다면, 이를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국회와 행정부의 역할을 기대한다면 과도한 욕심일까?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