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아트뮤지엄, 개관 1년 4개월 만에 문 닫는다

2025-06-23

 故 소훈(1957-2023) 화백의 유지에 따라 김제시 금산면에 세워진 훈아트뮤지엄이 유작전을 끝으로 장기휴관에 들어간다. 유족들은 재개관을 희망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다보니 사실상 폐관에 가깝다는 말이 나온다.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개관 1년 4개월여 만에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미술인들 역시 크게 안타까워하고 있다.

 훈아트뮤지엄(관장 김민수)은 고인의 2021년 개인전 이후 아직 한 차례도 공개된 적 없는 2022~2023년 신작들을 중심으로 29일까지 유작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고인은 생전에 전주, 서울, 러시아 등에서 총 18회의 개인전을 열었고, 500여회 이상의 단체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이번 유작전에 미공개 신작이 다수 포함됐다는 점에서 19회 개인전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말도 나온다.

 고인의 그림은 간결하지만 깊이가 있으며, 단순해 보이지만 세심한 감성과 여운이 깃들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려한 기교나 장식 대신, 본질에 다가서는 담백한 표현은 보는 이에게 시처럼 다가와 조용한 감동을 선사한다. 미술관은 유작전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임대업자에게 넘겨지고, 리모델링 후 레스토랑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고인은 미술관 개관을 1~2달 앞둔 2023년 8월 급성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유족은 혼란한 시기임에도 고인의 유지를 이어받아 지난해 3월초 ‘소훈 사제전’을 시작으로 훈아트뮤지엄으로 개관하고 꾸준히 전시를 이어왔다.

 그간 관장인 어머니와 함께 미술관 운영을 맡아왔던 아들 소재윤씨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쓸쓸하고 어둡고 공허한 느낌의 그림을 그렸지만, 2016년부터는 그림이 많이 밝아졌다”며 “동일한 배경으로 겨울 풍경을 그려도 색이나 톤에서 이전과는 차이가 나서 좋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특히 이곳에 터를 잡은 이후에는 주변 풍경을 많이 그렸고, 이곳의 하늘풍경을 너무 좋아해 이전보다 더 많은 하늘을 그리셨다”면서 “평생의 꿈이었던 미술관을 갖게 된다는 것이 아버지에는 큰 기쁨이었던 것 같은데, 개관도 못보고 가셔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아버지는 미술관을 짓기 시작하자 평생교육원에서 하던 수업 외에는 거의 모든 시간을 이곳에 머무르며 애정을 쏟았다”면서 “지금 살아계셨더라면 이전처럼 더 밝은 모습의 자화상을 많이 그리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미술관 휴관이 6월초 급하게 결정되다보니 유작전 준비도 체계적으로 할 수 없어 지인과 유족들이 급히 선별해 내놓게 돼 아쉬움이 있다”면서도 “혹여 재개관을 하게 되면 인물이나 계절, 시기별, 혹은 수채화나 유화 등 다양하게 작품을 분류해 제대로 된 유작전을 열어보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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