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외교자산에 대한 인식 있어…대외정책 쉽게 안 바꿀 것"

2025-10-08

일본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정권’ 개막이 예고되면서 한·일 관계 향방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해온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자민당 새 총재가 총리직에 오를 경우 보수 지지층을 고려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고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관세, 미·중 대립 고조, 북핵 문제 등 국제 정세를 감안하면 한·일 양국 모두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한·일 관계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이 안정적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조언했다.

일본 내 대표 지한파 학자로 꼽히는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명예교수는 다카이치 총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예측은 불가하다”고 전망했다. 보수 지지층을 인식해 참배하겠다는 생각을 충분히 가질 수 있지만 실현에 나설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 자격으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한다는 것의 외교적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임 총재 기자회견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질문에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답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자민당의 연립여당 파트너인 공명당 역시 ‘브레이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명당은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우려를 다카이치에 총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기미야 교수는 “현재의 국제 정세를 놓고 보면 한·일이 역사 문제만으로 다툴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정책이 매우 예측 불가능해진 상황인 데다 미·중 대립이 격화하고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협력이 진척되고 있어 한·일 관계가 협력이라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역사 문제에 온건적 성향을 보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권과 비교하면 ‘거리감’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의 새 정권 출범으로 역사·영토 문제가 양국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총재 선거 과정에서 다카이치 총재는 시마네현이 개최하고 있는 다케시마(竹島·일본 주장 독도 명칭)의 날에 “장관급 인사를 보내겠다”고 한 적도 있다. 기미야 교수는 “지금까지 양국이 쌓아온 서로의 암묵적인 양해와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뒤집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언한 만큼 “이 대통령이 일본 측에 일방적 현상 변경은 하지 말아달라고 충분히 요청할 자격이 있다”는 말도 보탰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 역시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잃어버리게 될 ‘외교 자산’에 대한 인식이 있어 (다카이치 정권이) 외교 정책을 쉽게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재임 기간 중 한 번은 가고 싶어하지 않을까란 생각은 들지만, 신중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역사 문제보다 북한 문제, 중국 문제를 한·일 관계의 새로운 불안 요소로 꼽았다. 니시노 교수는 “현재로서는 이재명 정부가 실용주의 관점에서 경제협력과 같은 한·일 협력을 바라고 있다. 앞으로 새로운 일본 정부가 협력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 한 일·한 관계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달 말 경주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주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의 비핵화 3단계 접근에 대해서 “앞으로 한·일, 한·일·미 간에 조율을 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재명 정부의 3단계론은 현실적인 정책이라고 보지만, 일본과 인식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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