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인간에게는 불가능으로 여겨진 높이 6m의 바를 100번 넘게 넘은 장대높이뛰기 선수 아먼드 듀플랜티스(25·스웨덴)가 마침내 6m30을 넘었다. 그의 등장 전 '인간 새'로 불린 세르게이 붑카(62·우크라이나)의 최고기록(6m15)보다 15㎝나 높다.
5년 전 6m17로 첫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던 그는 15일 밤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6m30로 우승했다. 그의 통산 14번째 세계신기록. 2위 에마누일 카라리스(26·그리스)보다 30㎝ 더 높이 뛴 이 종목의 절대 강자다.
6m30은 기린의 평균 키(5m50)보다 높고, 광화문 육축(석축) 높이(6m67)와 한 뼘 차다. 장대만 있으면 기린을 뛰어넘고 광화문 석축에 다다를 수 있는 스피드와 힘을 갖춘 셈이다. BBC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듀플랜티스의 경쟁력으로 "번개처럼 빠른 도약 속도와 도약할 때의 기술적 정확성, 폭발적인 파워,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용기의 결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는 100m를 10초37에 주파한다. 지난해에는 남자 400m 허들 세계기록(45초94) 보유자 카르스텐 바르홀름(29·노르웨이)과 100m 달리기 대결도 벌였다. 10초37이 당시 기록이며, 바르홀름(10초47)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스파이크는 신기록 양산의 비밀병기다. 가디언과 텔레그래프는 "듀플랜티스가 신기록을 달성할 때 특별한 '클로우(claw, 발톱 달린 스파이크)'로 갈아 신었다"며 "(스파이크는) 단거리 달리기를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전했다. 듀플랜티스도 "클로우의 마찰력을 이용해 도약 단계에서 시속 40㎞ 가까이 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스파이크 제조사인 푸마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높이뛰기의 우상혁도 유사한 스파이크를 신는다.

신기록 수립에 따른 인센티브도 신기록 양산을 북돋우는 엔진이다. 세계육상연맹(WA)은 세계선수권 우승 상금 7만 달러(약 9800만원), 세계기록 작성 상금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를 내걸었다. 듀플랜티스는 이날 밤 한 번에 17만 달러를 벌었다. 스폰서 업체도 신기록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그래서 그가 일부러 1㎝씩 기록을 경신한다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실제로 이날 듀플랜티스는 첫 높이인 5m55부터 5m85, 5m95, 6m00, 6m10, 6m15를 모두 1차 시기에 넘었다. 그렇게 금메달을 확정한 뒤 6m30으로 바를 올려 세 번째 시도 만에 성공했다. "평소 6m30를 넘나들고 연습 때는 6m40도 넘는다"는 소문도 나돈다. 2000년대 초 활약하며 세계기록 28번 바꿔 쓴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43·러시아)도 '기록 쪼개기' 의혹을 받았다. 같은 종목 선수였던 부친한테 조기교육을 받은 점, 집 뒷마당에 경기장을 갖춘 점 등도 그의 신기록 행진 비결로 꼽힌다.
김영주 기자 kim.youngju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