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이미지의 세계

2025-11-24

구글에서 인공지능 기반의 이미지 생성 서비스 ‘나노 바나나’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나노 바나나 프로’를 21일 공개했다. 서비스를 활용한 샘플들은 탄식을 자아낸다. 기존의 서비스들과는 달리 글자 인식 능력이 뛰어나고 합성의 퀄리티도 매우 높다. 회화나 애니메이션으로의 변환도 매우 자연스럽다. 우리는 여기서 하나의 분기점에 다다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사진은 진위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이제 창작물은 수고스러운 땀방울을 함축하지 않는다. 이제 이미지 앞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즉각적인 감탄과 뒤따르는 의심뿐이다.

물론 구글은 생성된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삽입하여 제미나이를 통해 생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해두었지만, 이런 조치가 충분한 해결책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미지는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매체다. 우리는 적어도 당분간은, 이미지로부터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사실에 낯설어 할 것이다. 구글이 6개월마다 컴퓨팅 용량을 두 배로 늘려야 한다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해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사용된다는 김 새는 결말이 등장하지 않는 한.

‘원본 없는 복제’가 극단에 이른 상황에서 새삼스럽게 장 보드리야르를 꺼내본다. 『시뮬라시옹』에서 보드리야르가 보여주는 세계는 이미 “실재 그 자체의 폐허”이다. 권력은 가장(假裝)을 통해 가까스로 권위를 유지하고, 노동은 하나의 의례이자 무대극일 따름이다. 미국의 이상적인 가정은 리얼리티쇼를 빌려 만들어지고 홀로코스트는 텔레비전 뒤로 사라진다. 실재는 온데간데없고 기호만이 남아 있다. 우리가 이미 그러한 세계에 살고 있다면, 이 새로운 ‘가짜 이미지 생성기’는 그저 기호를 생성하는 새로운 수단일 뿐일까, 아니면 우리의 세계를 뒤흔들 파격적인 기호를 만들어내는 단초가 될까. 확실한 것은 이제 우리에게 ‘사실’은 더 엄격한 의미가 되리라는 것뿐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