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안국약품이 바이오신약 연구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조직이 해체되면서 바이오를 포함한 신약 연구가 멈춰섰고, 앞으로는 제네릭과 개량신약 개발에만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초 안국약품 바이오연구실 12명 전원은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받고 퇴사했다. 안국약품은 지난해만 해도 비만치료제 등에 관심을 보이며 새로운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전문경영인 원덕권 사장이 물러난 이후 바이오의약품 개발 의지는 소극적으로 바뀌었고 결국 바이오연구실 해체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안국약품 내에 바이오의약품을 개발할 인력 자체가 사라진 만큼 보유 중인 바이오의약품 후보물질의 개발 지속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안국약품은 2019년 7월 바이오벤처 레피젠(현 프로엔테라퓨틱스)으로부터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의 글로벌 독점 개발 및 상업권을 사들였다. 하지만 황반변성 치료제는 개발 시작 6년이 지나도록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어 개발에 진척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황반변성 치료제 도입 당시 레피젠에 단행한 지분 투자금도 지난해 하반기 회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위해 다른 바이오기업과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국약품은 그동안 방사성의약품 개발기업 레이메드, 항체신약 개발기업 에이피트바이오 등과 항암제 공동연구개발을 체결했지만 바이오연구실이 해체되면서 안국약품에는 제네릭과 개량신약 연구개발 인력만 남았기 때문이다.
퇴사한 바이오연구실 팀원 A 씨는 “회사에 있을 때 상대 회사와 황반변성 치료제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기는 했다”면서 “하지만 이제 이를 상의할 사람이 한 명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진행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회사를 나온 다른 팀원 B 씨도 “퇴사할 때 앞으로 회사는 제네릭과 개량신약에 집중하고 바이오를 중단하겠다는 말까지 들었다”면서 “매출이 일정 수준 늘어나면 그때 다시 바이오를 하겠다고 했는데 급변하는 바이오 시장에 한 번 뒤처지면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7월 과천 신사옥 3층에 있는 실험실 일부 공간을 임대하기로 한 결정도 바이오 연구 중단과 무관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안국약품은 동물사육 및 동물실험실 220.4㎡와 항체디스커버리실 112㎡ 등 3층 사무실 일부를 월 6491만 3600원(부가세 별도)에 임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B 씨는 “바이오연구실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아무런 생각이 없이 급하게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면서 “사용하지 않는 장비와 공간을 임대하면 되겠다고 판단한 듯한데, 그동안 가동을 중단해 엉망이 된 장비들을 재가동할 사람이 없어 임대도 쉽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안국약품 측에 바이오연구실 해체 및 신약 연구개발 포기 여부 등을 문의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최영찬 기자
chan111@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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