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백업 포수였지만, 헐리우드를 거쳐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이 됐던, 밀워키의 상징과도 같던 ‘미스터 베이스볼’ 밥 유커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밥 유커는 선수로서 통산 타율 2할에 그쳤던 백업 포수지만, 은퇴 이후 맥주 광고 모델, 시트콤 출연 등으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헐리우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야구에 대한 사랑 때문에 고향팀 밀워키의 중계를 놓치 않았고 54년간 중계 부스에 앉았다. 특유의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사랑을 받았고, ‘미스터 베이스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저스의 빈 스컬리와 함께 야구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유커는 밀워키와 계약 때 계약금 3000달러를 받았다. 유커는 이를 두고 “계약금 3000달러에 계약했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그때 고민이 무척 많았다. 왜냐하면, 집이 넉넉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어디선가 3000달러를 박박 긁어 모아 가져오셨더라”고 말했다. 유커가 야구 선수가 되려면 3000달러를 받는게 아니라 구단에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농담이다.
‘선수 최고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유커는 “두 장면이 있었다. 하나는 샌디 쿠팩스로부터 고의 볼넷을 얻을 때였고, 또 한 번은 메츠와의 경기 때 런다운에 걸렸다가 살아난 것”이라며 “특히 쿠팩스 고의 볼넷과 관련해서, 커미셔너가 다시 그런 일 생기면 메이저리그 이미지 훼손으로 벌금 징계 내릴 거라는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무척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유커의 유머와 위트가 빛나는 장면이었다.
유커의 자학 유머에도 불구하고 유커는 통산 홈런 14개를 13명의 투수로부터 뽑아냈는데, 그 중에는 샌디 쿠팩스, 퍼지 젠킨스, 게이로드 페리 등 명예의전당에 오른 투수 3명이 있었다. 유커는 “쿠팩스로부터 홈런을 치고 난 다음 그를 만날 때마다 사과했다. 내 홈런 때문에 쿠팩스가 명예의전당에 오르지 못할까봐 걱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커는 커리어 마지막 해 였던 1967년 필라델피아와 애틀랜타에서 뛰었고, 포수임에도 무려 실책 11개와 패스트볼(포일) 27개를 저질렀다. 실력이 형편없었다기 보다는 애틀랜타에서 백업 포수로 너클볼 투수 필 니크로와 호흡을 자주 맞췄기 때문이다. 유커는 너클볼에 대해서도 유명한 말을 남겼다.
“너클볼을 어떻게 잡냐고? 아주 좋은 방법이 있지. 일단, 미트를 대고 있다가 공이 지나가길 기다려. 벌떡 일어나서 백스톱쪽으로 간 다음, 멈춰 서 있는 공을 집어들면 돼”
유커는 영화 <메이저리그>에서도 중계해설자로 출연했다. 주인공 릭 본(찰리 쉰)이 엄청난 폭투를 던졌을 때 유커가 “아아아아주 조금 빠졌네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아예 야구를 상징하는 유행어가 됐다.
유커는 은퇴 뒤 밀워키의 스카우트로 일하기 시작했다. 당시 밀워키 구단주는 나중에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된 버드 셀리그였는데, 셀리그는 유커 입단 50주년 행사 때 “야구 역사상 최악의 스카우트”라고 소개했다. 유커에 가장 잘 어울리는 농담이었다.
셀리그는 고인을 추모하는 글에서 “유커는 다른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고, 항상 조금 더 기분이 좋아지도록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